1기 신도시 부천 중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자료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각종 규제로 새 아파트 공급절벽 우려가 커지면서 전국 미분양 주택이 급속히 줄고 있는 반면,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9587가구, 2014년 7월(2만312가구) 이후 5년 4개월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특히 지난해 6월 1만8693가구에서 9월 1만9354가구, 10월 1만9439가구, 11월 1만9587가구로 증가폭이 가팔랐다.
준공 전 미분양을 포함한 전체 미분양 가구가 지난해 6월부터 꾸준히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양상이다. 6월 6만3705가구에서 매달 감소해 11월 5만3561가구까지 감소했다.
악성 미분양 증가를 주도하는 지역에서 눈에 띄는 곳은 서울과 부산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미분양 주택이 조금씩 줄고 있지만 주변시설과 교통 등 입지적 여건으로 인해 수년 간 불꺼진 곳도 적지 않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청어람건설이 시공한 중소형 아파트 '데뜨아르'는 지난 2008년 4월 준공했지만, 총 22가구 중 현재 16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또 지비콘설턴트가 시행하고, 중앙건설이 시공한 양천구 신정동 ‘양천중앙하이츠아파트’는 2010년 준공했지만, 여전히 3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부산의 경우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지난해 6월 678가구에서 7월 659가구로 소폭 떨어졌다가 8월부터 다시 691가구로 늘어나 9월 697가구, 10월 753가구, 11월 842가구를 기록했다.
악성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단지는 경성리츠가 부산 사하구 장림동 341-2 14번지 일대에 공급한 '사하 장림역 스마트W'다. 해당 단지는 2018년 10월에 준공한 상태지만 494가구 분양에 104가구가 남아 있는 상태다.
이어 지노종합건설이 부산 동구 좌천동 548번지 일대에 공급한 '린다스마트포레'는 2018년 5월 준공이 완료됐지만 여태껏 37가구가 불이 꺼져 있다. 또 수정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이 시행하고 협성건설이 시공한 '협성휴포레'도 지난해 7월 준공했지만 여태 23가구가 남아 있다.
부산의 이 같은 모습은 최근 이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다. 특히 부산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면서 집값이 상승하고 주택 미분양 건수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준공 전·후 미분양 물량이 대조적 양상을 띠는 건 대전도 마찬가지다. 전체 미분양 물량은 줄었지만 악성 미분양은 증가했다. 대전은 전체 미분양이 지난해 6월 1158가구에서 11월 879가구로 줄었으나 악성 미분양은 199가구에서 608가구로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은 공사가 끝나 집이 완성됐는데도 임자를 찾지 못한 경우로, 건설사에 부담이 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린다. 악성 미분양을 오랜기간 털어내지 못하게 되면 건설사는 재무부담이 커진다. 분양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공사비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소 건설사들의 경우 경영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악성미분양으로 시달리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브랜드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건설사들일 가능성이 높아 재무부담에 따른 도산 위험성도 작지 않다"면서도 "수요자들의 경우 서울도 마찬가지로 분양가 규제 등 저렴한 단지에 청약이 과열되고 있지만 입지와 미분양 현황을 살핀 뒤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