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자유한국당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준비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핵심 지지층과 '중도 끌어안기' 사이에서 자칫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황교안 대표의 출마 지역구를 둘러싼 한국당의 '우유부단' 행보와 더불어 당 '지킴이'와 '탈당자'에 대한 당 대우가 뒤바뀌는 등 다소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추진 중인 '통합신당' 당명 가안부터 보수 정당으로서의 지향 가치가 실종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 나아가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까지 '러브콜'을 보내며 중도보수 통합 대열에 합류해달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왔다. 이에 따라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의 회동은 이번 주에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당과 황 대표를 향해 "'당에 침을 뱉고 떠난 배신 세력'은 끌어안고 유승민 세력이 싫다는 한국당의 지지층은 '집토끼' 취급한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사진=(왼쪽)자유한국당 (오른쪽)새보수당 블로그
또한 당에 대한 기여도와 인지도가 높은 중진 및 원로들에 대한 끊임없는 '험지 출마 종용'에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작 황 대표는 "수도권 험지 출마하겠다"고 공언한지 한달 동안 가장 유력했던 종로 지역구 출마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미루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 예고로 동요하는 대구경북(TK) 의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마련한 지난 4일 오찬 자리에서는 "컷오프 50%, 70%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경북도민을 무시한 처사일 수 있으니 언행을 자제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의 핵심 텃밭인 TK를 "(당의) 식민지" 취급, "모멸"하는 처사라는 의미다. 나아가 TK 의원들 사이에는 TK 배제 공천과 컷오프에 대한 대응으로 '무소속 연대'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당으로부터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 받고 있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지난 2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유 위원장 등 새보수당에 대한 한국당의 '러브콜' 태도에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당을 떠난 사람에겐 온갖 구애 다하고 있다"며 "당을 지킨 사람과 나는 험지출마 요구를 몇 번을 받는 것인가. 그런데 또 불이익을 준다면 누가 받아들이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전 지사는 2011년에도 홍준표 당시 대표 시절, 재보궐 출마 권유를 받고 중국에서 귀국해 유시민 당시 국민참여당 대표가 올인한 김해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김해는 당시에도 보수 정당에 이미 험지였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신년 첫 행선지로 보수의 텃밭인 TK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전통 보수층 민심을 규합해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행보로 풀이되기도 했다./사진=자유한국당
또한 김 전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경남지사로 출마해 낙선하긴 했지만 '문재인의 남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초박빙 경합을 치르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공천 배제시 탈당해 무소속 출마 감행을 시사한 홍준표 전 대표와 달리 무소속 출마에 대해선 "생각도 안해봤다"면서도 "민심이 일단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당을 향해 경고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탄핵찬성 세력이긴 하나 김태호 전 지사와 홍준표 전 대표는 경남권에 투입해 석권할 생각을 해야지 굳이 서울 험지로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며 "부산경남은 이미 보수에게 험지다.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인사들을 투입시키는 게 낫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당의 새로운 당명으로 '통합신당' 가안이 가장 유력한 당명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해당 당명은 당내에서도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지층 사이에서는 "'자유'도 '한국'도 버리나. 정당의 지향 가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일련의 한국당의 잇따른 '중도행'은 기존 한국당 지지 기반을 이루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로 하여금 "'집토끼' 무시 처사"라는 여론을 들끓게 하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중도 포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난해 반조국·반문재인 장외투쟁을 함께했던 김 전 경기도지사와 전광훈 목사는 "한국당의 좌클릭을 반대"한다며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고 나섰다.
김 전 경기도지사는 자유통일당 창당대회에서 "중도 실용주의, 타협 정신으로는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져낼 수 없다"며 한국당과 혁통위가 지향하는 '중도 개혁주의·중도 보수'와 선을 그었다.
지난달 3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서울 광화문에서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를 갖고 혁신과 통합을 통해 국민중심 민생정당으로 거듭나 국민과 함께 새희망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날 황 대표는 '수도권 험지 출마하겠다"고 공언했다./사진=자유한국당
자유통일당 창당 행보와 한국당 지지층 이반을 염두에 둔 듯 심재철 원내대표는 "통합 와중에 자신의 지분을 챙기겠다는 이기심으로 통합열차를 늦추면 안 된다"며 "떡을 챙기려고 하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통합 합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자유통일당도 아직 완벽하게 신뢰할 수는 없다"면서도 "한국당의 지지층 무시는 오랜 고질병이다. 더이상 지지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은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뺏고 빼앗기느냐의 싸움"이라며 보수 지지층과 중도층 사이의 한국당 딜레마를 토로하기도 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