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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황교안, 장고 끝 종로 출마 "징집영장 받고 나와" vs "늦었지만 잘 나왔다"

2020-02-08 09:20 | 손혜정 기자 | mllesonja25@naver.com
[미디어펜=손혜정 기자]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돌고돌아'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전례가 없다는 '여야 국무총리 출신들' 간의 야권심판 vs 정권심판 빅매치가 성사됐다. 다만 황 대표의 장고 끝 종로 출마 결정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정권, 부패정권, 오만정권의 심장에 국민의 이름으로 성난 민심의 칼을 꽂겠다"며 4.15 총선 종로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사진=자유한국당


그러나 생각보다 길어진 그의 '오랜 고민'과 종로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출마 선언이 아니라 징집영장을 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공천관리위원회와 여론의 압박에 황 대표가 '등 떠밀려 나왔다'는 뜻이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만시지탄이지만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며 전체 선거 국면과 총선 성격을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이다.

황 대표는 지난달 3일 서울 광화문 장외 규탄대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뒤 중진들을 향해서도 동반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달이 지나도록 황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지 않자 당 안팎에서는 '겁쟁이' 프레임이 등장했다.

이와 함께 한국당 전체 선거 전략에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이 쏟아졌으며 일각에선 "이젠 종로에 출마하든 다른 옵션을 선택하든 다 늦어버렸다"는 한탄이 새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저희 당과 저의 총선 행보는 저의 판단, 저의 스케줄로 해야 한다"고 했던 황 대표는 '종로 출마와 불출마 중 택일'하라는 공관위의 최후 통첩이 전달되자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종로 출마 결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황 대표가 장고를 거듭한 데에는 종로가 여야 어느 곳에서도 독점하지 못한 험지인 데다,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와 2위인 황 대표의 격차가 적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원외 당대표의 한계를 체감했을 황 대표로서는 불출마는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그가 뜸들이는 사이 '회피' 또는 '겁쟁이' 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타지역구 출마나 비례대표 방안을 택하기엔 당 전체의 사기 저하는 물론 권위의 심각한 훼손이 예상되는 터였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3일 광화문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바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신율 명지대 교수는 7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황 대표의 종로 출마 결심을 두고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며 "야권 지도자 이미지가 상당히 훼손됐고 본인 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에 있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본인은 고민이라고 얘기하지만 여론은 이미 '결단력 결핍' '우유부단'이라고 생각하고 오랜 고민은 말이 안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거론해 "노 전 대통령은 질 줄 알면서도, 깨져가면서도 부산·종로에 다 출마했었다. 그가 결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감동'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동은 꼭 승리해야만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 대표의 장고 끝 결정에는 야권 전체로 봤을 땐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황 대표의 결정에 "분명 타이밍은 늦었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정치는 타이밍이고 결단이고 '폼'"라며 "곧 죽어도 당당함을 잃으면 안 되고 국민들로 하여금 비웃음을 사게되는 순간 정치는 끝나는 것"이라고 황 대표의 뒤늦은 결정을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강 교수는 "안 하는 것보다 늦게라도 하는 것이 낫다"며 "유승민과의 대통합에 미련두지 말고 우직하게 밀고 나가다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진짜 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도 강 교수와 같은 맥락에서 "시간이 지체됐고 결정이 더 빨랐으면 좋았겠다"라면서도 "잘한 결정이라 보고 전체 선거 국면을 끌고 가고 총선 성격을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하리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황교안 대표가 7일 종로 출마 선언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이어 김 원장은 "우려되는 부분은 없다고 보고 오히려 총선의 성격을 명확하게 대비시켜 '경쟁 구도'를 끌고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같은 보수 진영에서 황 대표보다 먼저 종로 출마 결정을 선점했던 이정현 무소속 의원과의 선거연대 혹은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대의를 위해 후보자는 한 명만 나오면 되고 주안점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현실적으로는 이정현 후보가 황 대표를 돕는 쪽으로 희생해야 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예단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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