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도 뛰어넘었다. 한국영화 최초로 '2020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0일 오전 10시(한국 시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TV조선에서 단독 생중계된 '2020 아카데미 시상식'은 방송인 안현모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진행을 맡았다.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으로, 오스카상으로도 불린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초. 앞서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시상식으로 불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역시 한국영화 최초 기록이다.
이날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조여정, 최우식, 이선균, 박소담, 이정은, 박명훈 등 '기생충'의 주역들이 총출동해 자리를 빛냈다. '기생충'은 국제장편영화상(이전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등 총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기생충'은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최우수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역사를 새로 썼다. 먼저 각본상 수상으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외롭고 고독한 작업"이라며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아내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공동수상한 한진원 작가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 충무로가 있다"며 "이 영광을 충무로의 감독들과 스토리텔러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전했다.
'기생충'은 이어진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발표에서도 기쁨을 맛봤다. '기생충'은 '코퍼스 크리스티'(폴란드), '허니랜드'(북마케도니아), '레미제라블'(프랑스),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 등 전 세계의 화제작을 제치고 국제장편영화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봉준호 감독은 "외국어영화상이 올해부터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바뀌었는데, 이 상의 첫 번째 주인공이 돼 기쁘다"며 "오스카가 향하는 방향성을 지지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날 감독상은 '기생충' 봉준호와 함께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콜세지, '조커'의 토드 필립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1917'의 샘 멘데스가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 명장들이 각축전을 벌인 가운데, 봉준호 감독이 영광의 수상자로 호명됐다.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며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것도 영광인데 상을 받게 돼 더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함께 후보에 올랐던 다른 감독들에게도 영광을 돌리며 "오스카가 허락한다면 이 상을 텍사스 전기톱으로 5개로 잘라 나눠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 날까지 취할 정도로 술을 마셔도 될 것 같다"는 유쾌한 멘트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2020 아카데미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한 최우수작품상은 '기생충'을 비롯해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후보로 오른 가운데, '기생충'이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의 배우들, 투자·배급 관계자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의미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인 기분이다.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의 이미경 부회장 역시 "여러분이 없었다면 한국영화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오스카 4관왕의 대기록을 세운 '기생충'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7번째 장편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로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사회와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5월 30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1008만 5394명을 기록하는 등 흥행 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 이하 2020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자) 명단]
▲ 작품상 : '기생충'
▲ 남우주연상 : 호아킨 피닉스 ('조커')
▲ 여우주연상 : 르네 젤위거 ('주디')
▲ 남우조연상 : 브래드 피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여우조연상 : 로라 던 ('결혼 이야기')
▲ 감독상 : '기생충'
▲ 각본상 : '기생충'
▲ 각색상 : '조조 래빗'
▲ 촬영상 : '1917'
▲ 편집상 : '포드 V 페라리'
▲ 미술상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의상상 : '작은 아씨들'
▲ 분장상 : '밤쉘'
▲ 음악상 : '조커'
▲ 주제가상 : '로켓맨'
▲ 음향편집상 : '포드 V 페라리'
▲ 음향효과상 : '1917'
▲ 시각효과상 : '1917'
▲ 국제장편영화상 : '기생충'
▲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 '토이 스토리4'
▲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 : '헤어 러브'
▲ 단편영화상 : '더 네이버스 윈도우'
▲ 장편다큐멘터리상 : '아메리칸 팩토리'
▲ 단편다큐멘터리상 :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존'
[미디어펜=이동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