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사업부 정리 당위성을 설명하는 KCGI./캡처=KCGI TV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연합을 맺은 KCGI·반도건설 주주제안을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전자투표제 도입·ESG 강화·이사 성별 다양화 등을 주장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연합)'은 '한진칼 주주제안에 즈음하여 드리는 글'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전문경영인들의 경영을 통해 한진그룹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고 더욱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길로 들어설 것이라 확신한다"며 대주주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와 분리해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토록 할 것"이라며 "회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 준법감시·윤리경영위원회, 환경·사회공헌위원회 등 위원회들을 추가로 신설하는 규정을 정관에 둬 사외이사의 실질적 역할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8월부로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상 성별 다양성 확보 규정이 존재하는 만큼 이사회 구성에 있어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성별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주연합은 "본 주주제안을 통해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의 권익을 강화하고자 한진칼의 정관 변경안에 전자투표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보상위원회의 의무적 설치 규정을 정관에 둬 주주들이 경영진의 보수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표문이 나오자 업계에선 연합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장악하고자 문재인 정권과 국민연금공단을 닮아가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기업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스튜어드쉽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을 도입하며 경영 투명성을 위해 전자투표로도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때문에 기업 의사결정에 연기금이 개입해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연합 역시 전자투표제를 언급했다.
ESG 역량 강화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말 투자대상을 선정함에 있어 재무 요소 외 ESG 분야를 적극 살피겠다며 이른바 '착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자산 총액이 2조원을 넘는 기업의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할당토록 한 개정 자본시장법을 정관 변경안에 선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도 현 정권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연합 측은 △거버넌스위원회 △준법감시·윤리경영위원회 △환경·사회공헌위원회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거버넌스위원회의 경우 지난주 6일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주주 권익 보호 강화 차원에서 새로이 설치되도록 의결됐고, 지난 7일 한진칼 역시 이사회를 개최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던 체제에서 탈피해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토록 규정을 바꿨다. 연합 측이 배포한 입장문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배경이다.
또한 두 회사 모두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가 후보추천위원장을 위원회 결의를 통해 선임키로 했다. 때문에 연합 측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보다 한발 늦게 움직이는 모양새를 보여 뒷북을 치고 있으며 경영 참여의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