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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짜파구리 오찬’서 봉준호 “충격의 도가니”, 왜?

2020-02-20 16:01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영화 ‘기생충’의 제작진과 출연진들을 청와대로 초청, 격려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우리영화 100년사에 새 역사를 쓰게 됐고, 오스카 역사에도 새 역사를 쓰게 만든 사실이 아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봉 감독 외 곽신애 제작사 대표, 장영환 프로듀서, 한진원 작가, 김성식 조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최세연 의상감독, 김서영 분장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최태영 음향감독, 은희수 녹음기사가 참석했다.

또 배우 송강호, 장혜진, 박소담,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이정은, 박명훈, 정지소 씨를 포함해 아역배우인 정현준 군과 그 보호자가 동반해 함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은 “오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최고의 영화제이지만 봉 감독이 아주 핵심을 찔렀다시피 로컬 영화제라는 그런 비판이 있어 왔다”며 “그러나 ‘기생충’ 영화가 워낙 빼어나고, 또 우리 봉준호 감독님의 역량이 워낙 탁월했기 때문에 비영어권 영화라는 그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의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 특별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리고 그 자랑스러움이 우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아주 큰 자부심이 되었고, 또 많은 용기를 줬다. 그 점에 대해서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국은 문화 전반에서 이미 변방의 문화가 아니라 세계 중심부에 진입했고, 인정받는 세계적인 문화가 됐다”면서 “물론 아직까지 우리 문화예술계도 ‘기생충’ 영화가 보여준 것과 같은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고, 영화 제작과 배급, 상영 유통구조에 있어서도 여전히 불평등한 요소들이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이어 “나는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대해서 아주 깊이 공감한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 세계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불평등이 견고해져서 마치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가 됐다”며 “나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게 또 반대도 많이 있고, 속시원하게 금방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우 애가 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영화산업에 있어서도 똑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영화 제작 현장에서 표준근로(표준근로계약) 시간제, 주52시간 이런 것이 지켜지도록 봉준호 감독과 제작사가 솔선수범해서 준수해 주셨다”며 “그 점에 경의를 표하고, 그것이 제도화되도록 정부가 노력하고, 뿐만 아니라 영화제작이 늘 단속적이기 때문에 일이 없는 기간 동안 영화산업 종사자들의 복지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영화 유통구조에 있어서도 스크린 독과점 이런 것을 막을 수 있는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마디로 영화산업의 융성을 위해서 영화 아카데미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등 확실히 지원하겠다”면서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 메뉴에 대해 “전문적인 분들이 준비한 메뉴 외에도 제 아내가 우리 봉준호 감독님을 비롯해서 여러분들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를 맛보기로 포함돼 있다”고 말해 박수를 이끌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등 제작진, 배우들과 환담하고 있다./청와대


봉 감독은 답사에서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모이게 돼서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드린다”고 감사를 표한 이후 “일단 지금 바로 옆에서 대통령님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지금 저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후 봉 감독의 이어지는 발언 곳곳에서 좌중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봉 감독은 “저나 송강호 선배님이나 최우식 씨 다 이렇게 스피치라면 다 한 스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라며 “지금 작품에 대한 축하에서부터 한국 대중문화를 거쳐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여러가지 언급을 거쳐서 결국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시나리오 두페이지 정도 분량이 된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엄청난 분량을 분명히 암기하신 것 같지는 않고 평소에 체화된 주제의식이 있으시기 때문에 줄줄줄 다 풀어내신 것 같은데, 최근에 미국에서 많은 시상식들 봤지만 지금 말씀하신 것의 1/4 정도 분량만 되는 짧은 스피치도 프롬프터 보면서 한다. 대사를 외우는 미국 배우들조차 (그러는데). 그런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라고 문 대통령에게 되물어 일동이 웃음을 터트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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