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유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정제마진 반등이 이뤄졌으나, 여전히 실적 개선에는 의문이 따르는 것으로 전망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2월 첫째주 배럴당 2.5달러였던 정제마진은 둘째주에 4.0달러까지 올랐다가 셋째주 3.0달러로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셋째주부터 0달러 안팎을 오가던 수준에서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한 수준까지 높아진 것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과 수송비 및 운영비 등을 제외한 중간 이윤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BEP는 4~5달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도 에쓰오일이 창사 이래 최초로 명예퇴직을 검토하는 등 업계의 실적 전망은 밝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저유황유(LSFO) 등 고부가 제품 판매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하에 설비 투자를 단행했으나,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데 따른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3%에서 0.1%포인트 내렸다. 이같은 추세대로면 지난해 2.9%에 이어 3%대 저성장이 이어지게 된다.
SK에너지의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사진=SK이노베이션
일명 '코로나19'로 불리는 COVID-19 확산의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인 입국금지에 이어 한국인 입국을 통제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등 전세계적으로 항공 노선이 축소되면서 항공유 판매에 차질이 발생, 실적 개선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이다.
항공유는 국내 정유사들이 경유와 나프타에 이어 3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제품이지만, 가격이 2년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탓이다.
수십건의 크루즈 여행이 취소되고 일본을 중심으로 기항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선박유 역시 수요 감소가 점쳐지고 있으며, 중국 공장 가동률이 회복하지 못하는 점도 악재로 언급되고 있다. 수출의 20% 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수출 감소를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다음달부터 IMO가 고유황유(HSFO) 운송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캐리지 밴'을 시행한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금까지는 고유황유와 저유황유의 가격차가 상당해 선사들이 사용을 머뭇거렸으나, 규제강화에 따른 전환을 미룰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조절하면서 마진 자체는 점차 회복되고 있고 향후 바이러스 영향이 완화되면서 추가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IMO 효과는 올 상반기를 고점으로 점차 완화될 전망으로, 정제마진 개선의 폭은 당초 기대보다는 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제 마진이 약세인 가운데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유가가 급락, 부정적인 래깅 효과가 예상된다"며 "1~2월 실적 부진으로 전체적인 실적 레벨은 시장 기대보다 낮을 것으로 보이며, 화학 부문에서도 파라자일렌(PX) 등 주요 제품 마진이 크게 둔화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