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정부·여당은 '민주당만 빼고' 칼럼 고발 사태, '조국 내전' 논란, 코로나19 확산과 사실상 방역 실패 등 이달 들어 연이은 악재가 발생해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좀처럼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중도·보수 외연 확대라며 '어제의 적'도 받아들이는 등, '몸집'은 크게 불리고 있지만 정당 지지율 조사에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단순합계 지지율보다도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실시해(조사기간 17~21일) 지난 24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통합당은 33.7%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당(32.0%)과 새보수당(3.9%)의 지난 조사 단순합 35.9%보다 2.2%p 낮게 나타난 수치다.
반면 민주당은 온갖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전주 대비 0.6%p 오른 40.5%를 기록했다. 리얼미터의 지난 2주간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40.2%(2월 1주차)→39.9%(2월 2주차)를, 통합당 전신 한국당은 30.2%→32.0%를 기록했다. 무당층은 10.9%→11.1%→9.5%(2월 3주차)로 나타났다.
정부여당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6차례 이상 권고한 대한의사협회의 말을 듣지 않고 사실상의 감염병 방역 실패를 초래했지만 통합당은 그에 대한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사진=연합뉴스
또 KBS가 의뢰하고 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조사기간 19~21일) 지난 24일 발표한 '지역구 의원,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는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31.5%, 통합당은 24.1%를 기록했다. 대체로 민주당과 통합당이 7~10%p 격차를 유지하는 양상이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의 경우, 지난 한 달여간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놓고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황 대표가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에 대해 좀처럼 마의 10%p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문화일보가 지난 26일 발표한 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의 서울 유권자 1003명 대상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조사기간 23~24일) 결과에 의하면, 민주당은 27.9%로 13.8%의 통합당에 뚜렷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무당층이 무려 4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통합당이 이찬열·임재훈 의원 등 패스트트랙 찬성 의원까지 품어가며 '진보·중도·보수' 외연 확장을 꾀해도, 또 정부·여당의 악재와 구설수에도 여전히 중도·무당층의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권의 대실책, 특히 총선 직후 시진핑 중국 주석을 불러 '활용'하기 위해 '중국인 입국 제한을 포기한 정책'은 충분히 비난할만한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이 사안을 통합당이었더라면 더 잘했을 것이란 믿음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합당은 그간 선명한 대안으로 정부·여당을 견제하거나 공격한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에피소드'적 실책들을 뒤따라가며 꼬집는 수준으로 일관했던 형국이다. 한 마디로 통합당이 '정치적 반대'는 하지만 '대안적 정책 능력'이 있는지는 유권자로 하여금 의문으로 갖게 한다는 것이다.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는 통합당의 노선, 즉 '가치' 설정의 실패에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적이다. 이념의 부재는 결과적으로 노선 투쟁의 약화로 이어지고 결국 '몸집'만 부풀리는 '어설픈 통합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나 24일 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당적을 옮긴 이동섭 임재훈 의원의 입당 환영식이 열렸다./사진=미래통합당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이 '어설픈 통합'이 여론 유인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도리어 기존의 '보수·우파' 정당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전통적인 지지층이 소규모의 '제3정당'으로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통합당이 기존의 지지층 이탈을 계산에 넣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여론조사에 기반한 일련의 분석은 전제부터 '틀렸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한국의 중도·무당층은 진정한 의미의 중간적 정책노선을 선호하는 계층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다수로 판명된 집단에 '나중에 가담'하여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대기 중인 기회주의적' 계층이라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27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무당층에 대해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기준으로 투표하는 계층"이라며 "현재 코로나 문제만큼 경제와 생존에 관한 직접적인 이익 침해 사태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오른다는 것은 상식적인 한도 내에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여전히 콘크리트라는 것은, 통합당이 무당층 표를 갖고 오지 못한다기보다 '그냥 콘크리트'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는 연결도 안 되고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YTN 의뢰의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5.5%의 응답률을 보였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KBS가 의뢰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는 유무선전화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응답률은 19.7%였다.
문화일보 의뢰,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를 통해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16.4%였다.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인용된 위 세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한국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