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임박하면서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할 움직임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또 김종인인가'라는 피로감을 드러내는 한편, 결국 "내각제 개헌을 돌파하려는 포석"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통합당은 김 전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황교안 대표와 만남을 조율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통합당의 김 전 의원 영입 방안을 두고 중도층 표심잡기와 수도권 승리를 위한 명분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의원과 함께 유승민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통합당은 언제적 김종인인가. 여기저기 옮겨다닌 자 아닌가"라는 비난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981년부터 2016년까지 여당과 야당을 넘나들며 헌정 사상 최초로 비례대표로만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진기록'을 갖고 있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은 2012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19대 총선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 또 2016년엔 민주당의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며 세간에선 '총선의 남신'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통합당에서 처음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 이준석 최고위원은 "김 전 의원은 '승리의 남신'"이라며 "이보다 선거를 더 잘 지휘할 사람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 최고위원은 2012년 새누리당 시절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비대위에서 김 전 의원과 같이 활동해 친분이 깊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당 저 당 옮겨가면서 승리할 때마다 '숟가락을 얹고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승리의 남신'이 된 것"이라는 신랄한 비판도 나온다.
더 나아가선 '내각제 개헌론자'인 김 전 의원을 통합당 총선의 '마지막 구원투수' 격으로 투입해 실상은 "내각제 개헌을 총선과 함께 밀어붙이려는 일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선거 치어리더'로서만 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합당의 김 전 의원 선대위원장 영입 방안은 '개헌론'을 띄우는 국회 일각의 움직임에서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달 들어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무성 통합당 의원을 공동대표로 하는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는 남은 총선까지 쉽지 않은 일정임에도 '개헌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국민발안권'을 부활시켜 '정치권이 아닌 국민들 요구'라는 명분으로, 하지만 실상은 결국 개헌을 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로 이번 총선에 맞춰 추진하고 있다.
'내각제 개헌론자'인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도 위원장 임명 첫 일성으로 "제왕·황제급, 막강한 대통령 체제"라고 발언해 내각제 개헌을 암시한 바 있다. 이어 황교안 대표도 지난달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선 압승으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 민주당 강창일 이종걸 의원과 통합당 김무성 여상규 의원 등이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4.15 총선에 동시국민투표를 통해 국민개헌발안권을 회복시키자고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개헌론'이 '느닷없이' 나왔던 배경엔 이번 총선이 이원집정부제든 내각제든 개헌론자들로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역시 '내각제 개헌론'을 주장하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21대 국회 구성 후 1년이 '개헌 적기'라고 발언한 바 있는데, 정 당시 후보를 결국 국무총리로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을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국민발안개헌추진위에는 대표적 '친문'으로 알려진 김종민 의원도 포함돼 있다.
다만 황 대표는 '개헌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또는 "대통령제냐 내각제냐 큰 틀의 문제도 있지만 어떤 특정인의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며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는, 그런 국정농단을 저지할 헌법 개정은 필요하다"라며 다소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아 '내각제 개헌'이라는 정확한 용어는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보수 표심을 붙잡기 위해 '얼굴마담' 황 대표는 자리에 있어줘야겠지만 황 대표로 개헌까지는 쉽게 돌파가 안 되기 때문에 총선의 궁극적 목표로 설정한 '내각제 개헌'까지는 결국 김종인 정도가 돌파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로 국가적 비상 상황이다. '총선 연기론'까지 거론될 정도로 '총선의 바람'이 좀처럼 불지 않는 마당에 일각의 평가대로 통합당이 '김종인 총선 선대위원장 체제'로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