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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적?…하나 둘 굴복하는 삼성전자 남는 건 무엇일까

2020-02-29 09:4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삼성전자가 28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특정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임직원들의 후원 내역을 열람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삼성이 불온단체로 규정했던 곳은 통합진보당, 환경운동연합, 민족문제연구소,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향린교회,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등이다. 

해당 단체들은 일견 '사람 좋은 일'하는 시민단체로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기업인들의 성과를 '부당한 이윤'이라 폄훼하고, 과학기술의 발전과 기업의 번영을 '환경 파괴'라고 호도하는 단체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이들 단체 대다수가 '삼성 해체'와 '재벌 개혁'을 공공선으로 보고 있으니 삼성 입장에선 불온단체라고 규정하기에 충분했다.

때문에 이 같은 단체에 대한 삼성 임직원들의 후원은 '이해 불가' 대상이다. 해당 단체들의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에 후원을 할 정도로 신념이 확고하다면 삼성의 월급을 받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에 위배되는 '거대악'의 돈으로 생계를 꾸리는 인지부조화를 실천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이상하고, 어떻게 보면 비겁하다.

삼성전자가 28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특정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임직원들의 후원 내역을 열람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아무 것도 모르고 후원을 했다고 해도 이해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 또 내가 후원하는 단체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그 상관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지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 상황 파악도 안 되는 직원이 자신이 맡은 일은 제대로 하고 월급을 받은 건지 의문이 생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대대적인 사과를 감행한 삼성전자도 의아하다. 불온단체에 대한 임직원들의 후원 내역을 파악한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아마 해당 내역을 파악한 직원이나, 그 결과를 보고 받은 간부는 깜짝 놀랐을 것이다. 어쩌면 사과를 받을 쪽은 불온단체에 후원한 임직원들이 아니라 임직원들에게 월급을 준 오너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삼성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명백한 잘못"을 했다며 대대적으로 사과를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이 더 이상 '예전의 삼성'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그리고 삼성의 이 같은 변화를 환영하는 쪽은 '예전의 삼성'이 불온단체로 규정했던 류의 세력들이다. 향후에도 그들은 삼성으로 하여금 하나 둘 양보하게 유도하고, 그것이 정도라고 부추길 것이다.

물론 그 안에 기업에 대한 존경은 없다. 그저 업신여기며 하나 둘 빼앗아 갈 뿐이다. 삼성이 빼앗기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규정하긴 어렵다. 삼성이 창출해낸 이윤일 수도 있고, 삼성을 이끌어가는 정신일 수도 있다. 다만 그것 또한 삼성의 선택일 테니 뭐라 덧붙일 말이 없다.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한 그 어떤 조언도 사치일 뿐이다. /조아인 자유기고가

[조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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