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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대형 M&A, 아시아나만 남았다

2020-03-02 13:36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항공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 중 제주항공이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완료했고, 아시아나항공 3형제를 우선 품은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임원진 면담을 중단해 오리무중 상태다.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제주항공


2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54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18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확보를 위해 최대 주주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당초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중으로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짓고자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수 완료가 이뤄지지 않아 업계에선 인수 포기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제주항공 관계자는 1월 22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절대 인수가 무산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던 만큼 우리의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한 바 있다. 사기간이 길어진 점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 재무상황에 대해 살펴볼 사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차례 인수 확정 여부가 연기됐고, 게다가 제주항공의 실적에도 먹구름이 껴 없던 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제주항공은 지난달 11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이 329억원에 달하며, 당기순손실은 341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이를 불식시키듯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2일 전격 인수를 발표했다. 이 대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현재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인한 항공시장상황을 고려해 궁극적으로 항공업계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양사간의 양보를 통해 가격조정을 이뤄냈다"고 했다.

이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며 "운영효율 극대화를 통해 이스타항공의 경영 안정화 및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교수는 "제주항공은 고민이 깊었을 것"이라며 "많은 리스크를 짊어지고 산 만큼 버텨내고 시장 회복 시간이 앞당겨지면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제주항공의 선택은 옳았던 것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사진=아시아나항공



반면 지난해 11월 12일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결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3형제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해 사실상 적정가격보다 비싼 값에 사들인 꼴이 됐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4270억원, 당기순손실은 8387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어부산은 영업손실 505억원, 당기순손실 770억원을 냈다.

이와 더불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및 계열사 임원진과의 면담을 지난달 돌연 중단해 금융투자업계에선 정 회장이 인수 자체를 접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이에 더해 지주사로 전환한 HDC현대산업개발이 2018년부터 내던 공개 주주서한을 올해엔 안 냈다는 것도 금투업계 추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현재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국내외 경쟁 당국에 기업결합신고 절차를 밟고 있다"며 "금호아시아나와 현대산업개발 양측이 원만한 매각 진행을 위해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HDC현대산업개발이 산업은행, 재무적 투자자(FI)로 인수전에 참여한 미래에셋대우와 갈등을 빚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산업은행은 작년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함에 있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빌려준 돈을 갚아줄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부채 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국책은행들과 HDC현대산업개발 양쪽 모두 윈-윈하는 것이 기대됐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2년 연속 1조원 수준의 순손실을 냄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이 곤란해졌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했던 9000억원을 바로 상환해야 하는지에 대해 양측이 견해차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FI인 미래에셋대우와의 사이도 나빠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군침을 흘리자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은 "원하는 기업을 얻고자 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써내야 한다"고 언급한 적 있다.

덧붙여 미래에셋대우는 컨소시엄을 이뤄 재무투자를 함에 있어 파트너 기업 CEO에게 자금 회수 압박을 가했던 적도 있는 만큼 HDC현대산업개발과의 파열음이 생겨날 여지가 크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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