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정부의 '중국 눈치보기'로 대가 치르기는 국민몫

2020-03-02 19:00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대구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진을 받은 뒤에도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자가 격리됐다가 사망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확진자가 3000명이 넘었고, 이는 전국의 90% 이상인데도 병실 부족으로 절반 이상이 집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기자들 앞에서 추경을 얘기하다 울먹이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추경이 3월17일 종료하는 임시국회에서 확정되도록 지난주 내내 밤새워서 추경 작업을 했다”며 “방역없이 경제 없다. 가장 좋은 코로나 피해 극복·경제 개선 대책은 코로나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종식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지 2개월여만에 한국에서 우한의 초기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당시 우한의 병원에 감염자들이 넘쳐나자 의사들이 울부짖었다. 우한에서도 감염자 증가세가 병원 수용 능력을 뛰어넘어 확진을 받고도 치료받지 못해 집에서 사망하는 사람들이 속출했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일 대구‧경북지역에서 집에서 격리 중인 확진자가 1500여명에 달하고 집에서 자가격리 중 사망자가 3명째 발생하자 대통령의 긴급명령권 발동을 요청했다. 권 시장은 “정부는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가용자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선제적이고 신속한 지원을 해달라”며 “공공연수원, 대기업 연수원 등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3000실 이상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감염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의 조치는 앞서 우한 교민들의 전격 송환에 기민하게 대응했던 것이나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한국학생들이 거주하던 기숙사를 통째로 비우던 것과 대조되는 것이 사실이다. 

2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구시청 앞에서 육군 2작전 사령부 소속 장병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작전을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하루에 300명 이상씩 나오자 정부는 신천지 신도들 전수조사에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대구·경북지역 의료시설에서 수용하지 못한 확진자들을 사실상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다. 진작 경증과 중증 환자들을 구분해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를 치료할 기회도 놓친 것이다. 

사실 지금 상황은 정부가 이번 사태 초기 우한의 상황을 보면서도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포함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한데서 기인한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는 실효가 없다”고 말한 것도 ‘진작 할 수 있었다’는 말로 해석돼 논란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28일 4당대표들과 만났을 때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이 문제를 언급하자 “중국인 입국자가 하루 2만명에서 1000명대로 급락한 지금 시점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28일 국내에 들어온 무증상 중국인유학생이 1일 확진 판정을 받는 일도 벌어졌다.  

이처럼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말과 달리 지속적인 ‘뒷북 대응’을 낳았고,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을 염두에 둔 ‘중국 눈치보기’라는 정치적 논쟁마저 불러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에 대해 ‘대가가 큰 오류(Costly Error)’를 행했다고 지적하며, “야당은 오는 4·15 총선에서 문 대통령의 무능(incompetence)을 1순위 이슈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주목된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경제계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발언한 직후 신규 감염자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정치적 반발에 직면한 사실을 지목했다.

지금으로서는 당초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월2일 문재인 대통령이 방역전문가들을 청와대로 불러 전문 의견을 청취했을 때 특히 ‘위험요인의 국내 유입 방지’라는 전문가들의 제언에도 불구하고 한시적인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 등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에 대해 정치적인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국내로 유입되는 환자 수를 줄여 우리의료 역량이 감당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한달만에 대구‧경북에선 우리의료 역량이 감당 못할 정도로 환자 수가 넘쳐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강제 격리되고 거주지에서 출입증으로 차별받는 한국인들의 현실이 우려스럽다.  

여기에 2일 현재 전세계의 40%에 달하는 81개국이 한국인과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국인과 한국을 거쳐 온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한 국가는 36개국으로 집계됐다. 유엔 회원국 193개 국가 중 40%를 넘는 수준이다.

진영 행정부장관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방역과 검역의 어디선가 성공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했다. 진 장관은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면 리스크는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지 않냐”며 “그러나 여러 상황을 검토해야 해서 내린 결론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