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품게 됨에 따라 명실상부 LCC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가 취약해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주항공은 그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때마침 제주항공의 최근 실적 또한 부진해 철저한 후속 조치가 없을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545억14만7920원에 주식 51.17%(497만1000주)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아직 주식을 이스타홀딩스로부터 넘겨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로써 사실상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됐다는 평가다.
제주항공의 인수 작업 일정이 늦어진 것은 이스타항공의 재무 구조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악화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항공업계 중론이다. 실제 제주항공 관계자 역시 "재무 실사 시 따져볼 것이 많아 실사 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졌다"고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게 될 경우 구조조정의 피바람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며 "대주주만 변경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인위적인 조직 개편은 없다는 이야기다. 이어 "이스타항공 브랜드와 로고도 그대로 남아있게 되며, 제주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된다"며 "아직 향후 전략 및 운영 계획은 나온 바 없다"고 설명했다.
과연 제주항공의 뜻대로 이스타항공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없는 것일까. 이스타항공은 2018년 말 기준 자본금 486억원·결손금 266억원을 기록했다. 이스타항공은 상장사가 아닌 관계로 실적 공개를 하지 않아 지난해 매출이나 영업이익 수준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반일불매운동·홍콩 민주화 운동·코로나19 창궐 등의 이슈로 LCC 업계 전체 실적이 악화된 만큼 이스타항공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리스료 역시 5년간 2626억원에 달한다. 연평균 524억1200만원을 항공기 제작사에 리스료로 지급해야 여객기를 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주항공 역시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제주항공의 영업손실은 329억원, 당기순손실은 341억원에 달해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매 한가지다. 때문에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될 제주항공이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업계 전반이 어려운 사정에 처해 정부발 구제금융이 있을 예정"이라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당분간은 개편 없이 병립 형태로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인수자인 제주항공이 현재 표명은 하지 않다"면서도 "중복되는 부분은 줄이고,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이는 곳엔 더 투자를 하는 등 구조조정은 어떤 형태로든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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