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4.15 총선 공천을 두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공관위는 홍 전 대표에 대한 '컷오프'를, 홍 전 대표는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상호 압박에 들어간 형국이다. 이에 공관위 결단과 홍 전 대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통합당 공관위는 지난 2일 홍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경남 양산을에 대한 후보자 추가 공모를 발표했다. 서울 험지 출마 요구를 넘어 사실상 홍 전 대표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 압박에 가까웠다.
홍 전 대표 컷오프 또는 험지 출마 압박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 대한 '본보기'와 '명분'으로도 작용한다. 물론 대구경북(TK) '물갈이'에도 당위성을 제공한다.
가령 홍 전 대표에게 양산을 출마를 허용하면 공관위로부터 경남 창원성산 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김 전 지사 또한 험지 차출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생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왼쪽)와 김형오 공관위원장./사진=미래통합당
그러나 홍 전 대표가 컷오프 된 후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고, 김 전 지사 역시 낙천되면 동반 무소속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밀양 '고향 출마'를 접고 양산을 출마로 이미 당과 공관위 측에 한 발 물러나 '양보'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더이상 물러설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관위와 홍 전 대표 사이의 '신경전'을 두고 당 핵심 관계자는 4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표면적으로는 '개혁 공천'이겠지만 이면에는 (황교안 대표의) '낙선'을 염두에 두었거나 '황 대표의 대선 로드맵'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통합당으로서는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총선 승리-황 대표 당선 △총선 승리-황 대표 낙선 △총선 패배-황 대표 당선 또는 낙선이라는 경우의 수를 놓고 보았을 때, '총선 승리와 황 대표 당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황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럴 경우 통합당은 황 대표를 비롯해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 등 당내 '대선주자급'이 원내에 부재하는 상황에서 홍 전 대표가 당선돼 당권을 장악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황 대표와 홍 전 대표 모두 동반 당선될 경우도 문제라는 것이다. 향후 황 대표의 대선 로드맵에 과거 대권주자였던 홍 전 대표의 존재가 '거슬리는 수준'의 '훼방'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반면 학계에서는 또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만약 홍 전 대표가 컷오프 당하는 수순이라면 통합당이 현실을 바로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전 대표가 경쟁력이 없고 마이너 정도의 지역구로 국회와 당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통합당으로서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탄핵 사태라는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상황이라 반짝 주목을 받은 것"이라며 "(홍 전 대표) 그 자체가 문재인 대통령이나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등처럼 드라마틱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은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양산을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밝히며 '고향 출마는 안 된다'는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강권과 함께 나동연 전 양산시장의 권유와 그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나 전 시장은 양산을 추가 공모에 응해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양상이다.
홍 전 대표는 "나 전 시장을 양산을 공천에 염두를 둔 것으로 보인다"며 "양산을을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바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당해 본다"며 "나 전 시장의 경우를 겪어보니 이젠 사람이 무섭다"고 한탄했다.
나아가 그는 25년 동안 당의 요청으로 저격수, 험지 출마, 경남지사 중도 사퇴와 대선 출마까지 "당을 살려냈다"며 "당대표 두 번 하고 당을 위해 탄핵대선에서 대통령 후보까지 나섰던 저를 김두관 후보만 해도 벅찬데 이렇게까지 힘들게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