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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코로나19 여파 수익 악화 우려…'캐리지 밴' 기대

2020-03-06 11:24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국내 정유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2월 넷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2.3달러로, 2월 둘째주 대비 1.7달러 하락했다. 손익분기점(BEP)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기대를 모았으나, 글로벌 수요가 줄면서 제품마진도 동반 약세를 보인 탓이다.

또한 세계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에너지 정보 분석기관 플래츠(Platts)는 일일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일일 133만배럴에서 86만배럴로 낮춰 잡았다. IHS마켓도 1분기 석유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일일 380만배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선박 운항이 취소되고, 중국 내 석유화학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일일 150만배럴 추가 감산에 합의하는 등 수요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항공유는 국내 업체들이 3번째로 많이 생산한 유종으로, 지난해 매출에서도 14%를 차지한 주력제품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울산 정제공장 가동률을 이달 안으로 15% 낮춘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도 올 초 정제공장 가동률을 80%대로 하향 조정한 바 있으며, GS칼텍스는 여수공장 정제시설 1기 정기보수를 3월 중순으로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 전경·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이같은 상황 가운데 업계는 이번달부터 국제해사기구(IMO)가 도입하는 '캐리지 밴' 규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는 스크러버(탈황설비)를 장착하지 않은 선박의 고유황유(HSFO) 운송을 금지하는 것으로, 적재하는 것만으로도 규제 위반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 1월1일부터 시행된 'IMO 2020'에 이은 추가적인 환경규제로, 이번달부터 저유황유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개방형 스크러버가 달린 선박의 입항을 막는 항구가 늘어나면서 올해까지 이를 장착하는 선박이 당초 예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000여척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환경이슈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에너지 관련 글로벌 리서치 Energy Aspects는 올해 글로벌 해상연료유 수요(일일 300만배럴) 중 초저유황유(VLSFO)의 점유율이 50%를 상회하고, 향후 일일 200만배럴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는 그동안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설비 확충에 진력해 왔다. SK에너지는 1조원을 들여 울산CLX 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조성에 나섰으며, 최근 기계적 준공을 완료했다. 이 설비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할 수 있으며, 일일 최대 4만배럴의 저유황유를 만들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대산공장 내 일일 최대 5만배럴의 초저유황 선박연료를 생산 가능한 설비를 가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친환경 선박연료 브랜드 '현대 스타(HYUNDAI STAR)'를 출시했다. 에쓰오일 역시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 등을 통해 저유황유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 제품 수요가 회복되면서 수익성 향상을 노릴 수 있으나, 중국 공장 가동률이 복원될 경우 공급과잉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려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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