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도권에서 분양된 한 견본주택 내부 모습. 기사과 무관함./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분양 성수기인 3월, 전국에서 공급된 단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흥행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시고 있다. 통상 3월부터 5월은 이사철을 겨냥한 물량이 쏟아지는 봄 성수기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분양시장마저 불확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실물 견본주택 개관을 통한 대면 영업이 어렵고, 소비자들도 불안감과 소비 심리 위축에 현장 방문 자체를 꺼리고 있어 당초 분양 예정된 단지들도 분양 시기를 미루는 추세다.
10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에서 일성종합건설이 분양한 '학석동 동남하이빌아파트'는 69가구 모집에 단 20건만 접수돼 모든 주택형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또 부산에서 공급된 '서면 스위트엠 골드에비뉴'는 전용면적 59㎡A 평형만 2순위 마감하고, 나머지 11개 주택형에서 모두 미달됐다.
이 밖에도 '평창 앨리엇아파트', '충남e편한세상 금산 센터하임', '서귀포 동흥동 센트레빌' 등이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같은 달 경기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 SK뷰'와 '하남 위례신도시 중흥S클래스'에는 청약자가 쇄도하며 1순위 마감됐다. 지방 비인기 지역에서 분양하는 건설사들만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국내 주택시장은 대부분 아파트를 선분양해 건설비를 충당하는 구조여서 분양 일정이 늦춰질수록 시행사나 조합의 금융 비용이 늘어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코로나19는 수도권 내 비인기지역과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지 않은 지방의 청약 시장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수요가 많은 서울이나 수도권의 인기 지역에 있는 아파트와는 달리, 지방의 비인기 지역은 사전 영업, 광고·홍보, 견본주택(모델하우스) 개관 등의 마케팅 활동을 통해 수요를 끌어내야 한다.
이에 일부 건설사들은 분양 시기를 미루는 등 일정 조율에 나섰다.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 직방 조사에 의하면 애초 2월 분양 예정 아파트 물량은 26개 단지, 총 1만9134가구(일반분양 1만5465가구)였으나 실제 분양이 이뤄진 물량은 15개 단지, 총 1만558가구(일반분양 7812가구)로 당초 예정 물량 대비 절반 정도의 실적에 그쳤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성남시 '성남고등자이' △안양시 '안양호계 신원 아침도시' △파주시 '운정 호수공원 테라스 더리브' △인천시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이안 논현 오션파크'가 분양을 연기했다.
지방에서도 대구, 부산, 전북, 전남, 광주, 충남 등지에서 10개 단지가 분양을 시기를 미뤘다.
지난달 분양 연기로 이달 분양물량은 44개 단지 3만3433가구(일반분양 2만7천689가구)로 급증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따라 이달 분양마저 4월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대구에서는 이달 예정이었던 '힐스테이트 도원 센트럴'(894가구), '대구 봉덕 새길 재건축'(345가구), '대구 황금동 주상복합 1·2차'(338가구), '중동 푸르지오'(714가구), '대구 다사역 금호어울림'(869가구) 등의 분양 시기가 잠정 연기됐다.
건설업계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연간 최대 분양 성수기인 3∼5월 분양 일정이 대거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봄 분양 성수기인 석달간 예정된 민간아파트 공급한 물량은 3월 3만3074가구, 4월 4만5595가구, 5월 3만2968가구로 총 11만1637가구(총가구수 기준)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양 단지는 입지에 따라 청약결과가 달라지지만 현재 코로나19의 영향이 어느정도 수요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이같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건설사들은 상반기 분양시장을 접고 하반기에 대거 쏟아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지별 차이는 당연히 있겠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의 경우 분양시장 위축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