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가 일방적이었다는 청와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가 사전에 협의‧통보했다고 거듭 밝혀 진실공방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1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5일 아베 신조 총리가 발표한 한국 발 입국제한 조치와 관련해 ’사전에 한국측에 전달했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측에 사전 통보했다”고 또 주장했다.
앞서 스가 장관은 지난 9일에도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한국측에 사전 통보했고, 발표 이후에도 정중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10일 청와대는 일본의 입국제한 사전 통보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정면 반박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 일본은 우리정부에 사전 협의나 통보없이 이번 조치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에 스가 장관이 청와대의 발표를 부정하면서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어느 정도 범위로 사전에 전달됐는지가 의문’이라는 취지의 질문에도 “외교 경로가 있어서 적합한 사전 통보를 하고 있다. (관련) 보고를 확실히 받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부대변인은 “일본은 아베 총리의 대언론 공개 시점을 전후해서야 입국 제한 강화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을 전하면서도 사증면제 정지, 14일 대기 요청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전달하지 않았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의 안내를 받으며2019년 12월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입장하고 있다./청와대
이를 볼 때 일본정부가 자신들의 입장을 일부 가린 채 부실한 내용을 우리정부에 통보해놓고 사전 통보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지난 수출규제 때처럼 일방적인 입국규제 조치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주목할 것은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도 “내각 지지율이 급락한 것 때문에 아베 총리의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요라 마사오 마이니치신문 전문편집위원은 11일자로 실린 칼럼에서 아베 총리가 대규모 행사 자제, 휴교 요청에 이어 한국과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제한을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한 것을 거론하며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전문가회의나 담당 성의 의견을 거의 듣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의) 발표는 매번 갑작스럽고 현장에 큰 혼란을 부르고 있다”며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급락. 특히 ‘오른쪽’으로부터의 비판을 총리는 상상 이상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일본정부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1만명을 넘긴 이탈리아인에 적용하고 있는 90일 이내 비자면제 제도는 아직까지 유지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확진자가 6000명일 때 비자면제를 중지했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가 한국을 상대로 한 무리한 입국제한 조치를 한 것이나 아베 내각이 무리한 진실공방전을 벌이는 것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7월 하계올림픽이 무산될 위기로 심각한 혼란 상태를 방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벚꽃 스캔들’과 비위에 얽힌 각료들의 낙마에 코로나19 대응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올림픽이 무산되면 아베 총리는 사임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와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정치 미꾸라지 아베, 코로나 역풍은 못 피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의 사임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긴급 출장이 필요한 기업인에 한해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등을 소지한 경우 예외적으로 입국 허용을 위한 외교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일본언론의 지적처럼 아베 총리가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이라면 한국의 다양한 조치를 수용하는 일본정부의 출구전략이 있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