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감염시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경제 선진국들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속속 대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폭풍’이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실물경기는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충격파가 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제 위기감은 항공, 여행레저, 유통업은 물론, 산업·금융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후폭풍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용 가능한 정책과 자금지원, 규제완화 카드를 동원해 후폭풍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미디어펜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사상 초유의 위기’를 넘어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 현장의 애로 사항을 해소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정부에 코로나19 충격 방안을 건의했다. 여기에는 2011년 일몰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부활 등 8대 분야 30개 과제가 포함됐다.
대한상의는 이번 사태로 기업투자 위축세가 심화된 상태라면서 전체 사업용설비 투자에 대해 대·중소기업 공통으로 10%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해주는 임투세 제도를 향후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30%가 투자에서 창출된다"면서 "정부도 예산을 통해 저임금 임자리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투자환경을 개선, 기업들이 나서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재정지출 확대 못지 않게 규제완화를 통한 대기업의 신산업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에도 많은 기업들이 부도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산업구조 업그레이드 및 구조조정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탄력근로제 기간을 늘려달라는 산업계의 호소도 여전하다.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의 탄력근로제 운용기간이 1년인 반면, 한국은 3개월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기보수 진행시 주52시간 근로와 맞물려 인력난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태가 종료된 이후 업무 정상화를 위한 업무량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단위 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석유화학·정유설비가 정기보수에 들어가면 통상 주 70시간, 많게는 90시간 가까운 근무가 시행된다. 보수 작업이 하루 연장될때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이상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3년에 한 번 꼴로 진행되는 작업을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정유업계는 개별소비세·석유수입부과금·수입관세 등 각종 부담의 완화도 요청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정유사들은 1조원이 넘는 석유수입부과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내 미세먼지의 대부분이 중국 등 해외에서 날아오는 상황에서 경유차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효석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산유국 가운데 수입관세(3%)를 물리는 유일한 나라"라며 "국내 정유사들은 산유국과 멀어 운임도 많이 내야 할 뿐더러 세제 인센티브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도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완화를 여러차례 요청해 왔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설비가 증가하면서 공급과잉이 심해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설비 고도화를 통해 고부가·친환경 산업으로 도약해야 하지만, 이들 규제로 인한 비용 때문에 과감한 투자가 어렵하는 것이다.
철강업계를 필두로 탄소배출권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업체들도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출권 가격은 지난 13일 톤당 4만300원으로 오른 이후 4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1년새 35%나 급등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5억3600만톤까지 줄이기로 하면서 공급부족 심화 및 가격 상승의 우려도 낳고 있다. 실제로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실적 발표를 통해 배출권 가격 상승 및 무상 할당량 감소로 6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의 물량 공급 확대 또는 감축목표 '현실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운업계는 해외의 입국규제 강화로 수출이 취소·지연되고 있으므로 터미널 보관료와 리스료 부담을 줄여달라는 입장이다. 우리 국적선사들이 일본을 비롯한 외국 선사 대비 장기차입금 평균 조달금리가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6.8배나 높아 '치킨게임'을 타개하는 데 있어 현저한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업계의 든든한 서포터 역할을 맡겠다'고 말해왔으나,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보는 시선은 여전한 것같다"면서 "전대미문의 위기가 닥친만큼 이번에는 현장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도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및 친노조·반기업 정책 등으로 경제 체질이 약화된 가운데 강펀치를 맞은 셈"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친노조·반기업 기조 및 연구개발 세액공제를 되돌려야 하고, 법인세·상속세를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