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주요국의 '전방위' 경기방어 대책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반등에 성공했지만, 국제유가는 마치 브레이커가 풀린 듯 '폭락'을 계속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6.1%(1.75달러) 급락한 26.95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3시48분 현재 배럴당 4.56%(1.37달러) 떨어진28.6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원유 감산 합의 실패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원유 전쟁'으로, WTI와 브렌트유는 지난주 각각 22%와 24%의 폭락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1분기 WTI는 배럴당 22달러, 브렌트유는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주도 안 되는 사이 두 번째 하향 조정으로,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무산 이후 WTI는 배럴당 29달러, 브렌트유는 30달러로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골드만삭스의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인 제프리 커리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원유 소비량이 하루 800만배럴 감소했다면서, 이는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을 이어갈 경우, 올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하루 100만배럴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셰일기업은 통상 배럴당 30∼50달러 수준을 생산비용으로 보는데, 셰일기업은 최근 낮은 수익성으로 투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고, 비용 절감 여지도 2015년 대비 크게 줄어들어, 저유가에 따른 대규모 도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셰일혁명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체서피크 에너지가 국제유가 쇼크로 구조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런 미 셰일 업계의 위기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는 '반사이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의 석유제품 가격 하락은 미국 셰일기업의 저렴한 원유 공급을 기반으로 미국의 정유, 석유화학사들이 값싼 제품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는 것.
하지만 유리한 조건에서 공장을 운영해오던 미국 정유사가 공급량을 줄이면,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자재 비용을 뺀 수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영증권 이지연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코로나 불확실성 해소 여부에 따라, 유가 반등과 정제마진 회복이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KTB투자증권도 18일 국제유가의 급락세로 2분기부터 정유·화학 업종 실적이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희철 KTB증권 연구원은 "산유국 간 시장점유율 경쟁이 가속화되는 저유가 국면은 정유사의 투입 원가 하락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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