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미래한국당 비례 공천 1차 명단을 두고 갈등과 잡음이 불거진 가운데, 비례 후보 상위권을 배정 받은 당사자 사이에서도 침묵을 깬 입장과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비례 순번 8번을 배정 받은 우원재 '호밀밭의 우원재' 대표(남·30)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보다 못해 글을 적는다"며 "그간 쌓아올린 것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런 모욕에 침묵하는 건 저를 응원해주시는 수많은 분들에 대한 모욕이 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점수표까지 있는 공개오디션을 통해 실력으로 쟁취한 자리라 생각했다"며 최초의 '자유우파' 웹진이라 평가받는 매체의 공동운영, 뉴미디어 사업,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부대변인, 각종 칼럼 기고 등 적지 않은 활동과 경력에 대해 설명했다.
우 대표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도 "언론보도나 당내 분위기를 전달받은 바로 비례가 밀려날 것 같은 뉘앙스가 있었다"며 "기분이 좋진 않아도 총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선거 승리를 위한 것이라면, 부족한 저보다 훌륭한 분들 많으시니 거기까진 납득할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우원재 대표는 약 11.1만명 구독자의 '호밀밭의 우원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뉴미디어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부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사진=우원재 페이스북
그는 "그래서 침묵하고 있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니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왔다)'니 공격적으로 나왔다"며 "가만히 있다 보면 나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 지지와 응원을 보내준 분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우 대표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공관위가 적재적소라 판단하는 인사들을 공정하게 실력으로 뽑은 것 아니겠나"라며 "어찌 보면 미래통합당 같은 타당의 지도부급들이 '분노'를 표했다는 것만으로 공천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반문했다.
그는 "타당(통합당)에서 뽑은 사람 일부를 낙하산으로 꽂고 그 공천 교체를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지난 몇 년동안 당에 헌신해온 사람들을 일개 유튜버 취급하며 '듣보잡' 매도하는 것엔 환멸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비례 번호 결과가 완전히 발표된 건 아니지만 악영향을 각오하고 할 말은 해야했기에 고심 끝에 글을 썼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항간에 떠도는 'CIA설'에 대해서 기자가 질문하자 우 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우 대표의 'CIA 훈련설'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가 방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거져나왔다. 강 변호사는 "우원재는 단순히 자유주의 사상을 가진 유튜버가 아니다. CIA에 정식으로 입사했고 콴티코(미국 버지니아주 소재의 해병대 기지)에서 6개월간 훈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우원재 본인은 '사정이 있어서 CIA에서 나왔다'라고 얘기하는 중이나, 내가 알기로는 CIA라는 조직이 쉽게 들어갔다가 쉽게 나올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우 후보를 현직 CIA 요원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우 대표는 "완전히 헛소문"이라고 선을 그으며 "너무 황당하고 대꾸 자체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가만히 있었는데 생각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인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미국에 체류했을 때 인턴이라도 경험을 쌓고 싶어서 국무부 쪽 일을 알아본적은 있다"며 "다만 서류 준비하고 알아보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으니 국무부 쪽 일은 서류 신청도 하지 않은 채 포기했다"며 "아내가 미국인이다보니 갑자기 '아내가 CIA 요원이다'라는 말도 있다. 내가 '6개월간 고강도의 훈련을 받은 스파이'라며 나를 '제임스 본드'로 만들었다. 당황스러웠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 이야기가 와전이 돼 'CIA설'이 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미 공관위 면접을 본 것 자체가 내가 한국 국적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시민권자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이하는 우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의 전문이다.
보다 못해서 글을 적습니다.
저는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8번으로 발표되었던 사람이자, 순번이 밀려날 거라고 예측되고 있는 사람중 한 명입니다. 점수표까지 있는 공개오디션을 통해 실력으로 쟁취한 자리라고 생각했지만, 당내 현실정치에 식견이 짧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에 의해 번호가 재조정될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언론에서 이미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 명분 만들기가 몹시 불쾌합니다. 실제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알 수 없는 저로서는 기사를 보며 상황을 유추할 수 밖에 없는데, 높으신 분들께서 ‘갑툭튀’니 ‘듣보잡’이니 하며 저를 비롯해 여러 후보들을 언급한 것 같더군요. 종편방송에서도 일부 패널이 제 언급을 하며, 뭐 미국에서 유튜브 하다가 갑자기 들어왔는데 얼마나 기여를 했겠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던데, 저 역시 종종 종편에 패널로 출연했었습니다만, 녹화하기 전에 최소한의 사전조사는 하셨어야 하는 거 아닌지요? 듣보잡 갑툭튀인 저보다 준비를 안 하고 방송에 출연하신 것 같습니다.
결국 연줄도, 배경도, 권력도 없어서 이 사단이 나는 거겠지만, 높으신 분들이 내려꽂는 인재 분들에 비해 가진 게 없을지언정 그간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명예는 있기에 이를 위해 입을 엽니다.
이 바닥에서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저는 지난 몇년 간 뉴미디어 계통해서 활발히 활동해왔습니다. 최초의 자유우파 웹진이라 평가받는 매체의 공동운영을 시작으로 지금 제 개인 채널들에 이르기까지. 도합 수십만이 넘는 구독자를 통해 목소리를 전달해왔고, 자생적으로 탄생한 자유주의 - 보수주의 콘텐츠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자부합니다. 수많은 언론사나 정당의 전문 홍보자료 제작 배포부터 각종 뉴미디어 사업까지. 직원들까지 두며 지금까지도 열심히, 훌륭하게 밥벌이를 해왔습니다. 지면매체를 비롯해 다양한 언론에 칼럼을 기고해오기도 했고, TV 방송 토론 등에 출연해 이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에 잠시 건너가 본업인 콘텐츠 제작에 종사하며 짬짬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왔는데, 정치철학에 기반을 둔 정통 시사콘텐츠를 해보자는 욕심으로 국회 정론관에서 부대변인으로 논평을 할 때 수준의 정제된 톤으로 방송을 해왔습니다. 아무래도 레드오션에, 자극적인 콘텐츠가 각광받는 곳이 유튜브다보니 기대만큼의 성과는 올리지 못했습니다만, 어쨌든 이 채널도 10만 이상의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듣보잡’, ‘갑툭튀’ 라고 폄하하고, 한낱 ‘유튜버’로 비난받기에는 그간 쌓아올린 것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모욕에 침묵하는 건 저를 응원해주시는 수많은 분들에 대한 모욕이 되겠죠.
먹고살기 바쁜 와중에, 대한민국 정통우파 정당이라는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껴 발벗고 뛰어들어 일을 돕기도 했습니다. 각종 프로젝트들, 당직으로는 부대변인부터 뉴미디어TF 단장까지 맡으며 주목받아왔습니다. 계통에 있는 사무처 직원들에게 물어나 보시길 바랍니다. 심지어 뉴미디어TF의 경우 각계 전문가를 모셔 정당 홍보물을 제작하며 ‘이게팩트당’과 같은 채널을 성장시킨 성과를 거두기도 했는데, 당에서 임금은 커녕 커피값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에 제가 함께 열정페이하자고 보채며, 또 어떻게 선거는 이겨야하지 않겠냐며 설득하며, 겨우겨우 끌어들인 끝에 진행될 수 있었던 프로젝트입니다. 물론 저는 정당일을 도우며 클라이언트를 잃고 밥값을 잃었지요.
적어도 정당에 계신 분이라면 제게 ‘갑툭튀’니 ‘듣보잡’이니 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보상받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나라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답답한 마음에 제가 나선 거니까요.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타당인 미래통합당 인재들을 미래한국당 비례로 내려꽂기 위해 지난 수년간 당과 진영에 희생해온 사람을 모욕하는 건 도가 지나치지 않습니까?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는 제 실력으로 쟁취한 8번이 자랑스럽고, 제가 알 수 없는 현실정치적 사정에 의해 밀려난다면 그렇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지금 제 머릿속에는 치기어린, 오만한 확신이 들고있습니다. 그렇게 대체된 사람들중 이 듣보잡 갑툭튀보다 글을, 말을, 토론을 잘 하는 사람은 드물 거라는 그런 확신입니다. 공개토론이라도 하면 실력은 분명하게 드러나겠죠. 듣보잡 갑툭튀 아닌, 미래통합당에서 영입했다는 대단한 인재님들의 실력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