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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쌓이는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무책임에 고통 더 커지나

2020-03-23 17:08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제주항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항공업계 사상 첫 동종 사업자간 인수합병(M&A)을 이뤄낸 제주항공이 힘겨운 날갯짓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했고, 코로나19 직격탄 등 악재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 2일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 이스타홀딩스로부터 주식·경영권을 넘겨받고 내달 29일 M&A를 마무리 한다는 조건으로 545억원에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제주항공의 재무상황도 불안한 상황에서 자본 잠식상태에 빠진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한영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19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328억8960만원, 당기순손실은 331억1760만원을 기록했다.

그런 와중에 이스타항공에선 끝 없는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16일자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이스타항공은 2월 임직원 급여 중 40%만 지급했고, 연말정산 환급금은 주지도 못한 상태다. 또 최근에는 국제선 뿐 아니라 국내선까지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이스타항공 여객기./사진=이스타항공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까지 떠안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무책임함과 도덕적 해이 지적이 나온다.

제주항공 한 관계자는 체불 임금 떠안기에 대해 "현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책임지는 게 상도의 아니겠느냐"며 "양사 경영진이 성실히 임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제주항공의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만큼 군살 빼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일가는 회사를 제주항공에 넘기긴 했지만 사실상 나몰라라 해 제주항공 측의 불만이 가득하다"며 "한진해운 사태를 해결하고자 했던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례를 참고해 유한책임 이상의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 전 회장은 국적 최대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을 막기 위해 대주주로서 사재 400억원을 내놓는 모습을 보였고,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 교수는 또 정부 지원책도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항공업계 전체가 굉장히 어려운데, 정부는 제주항공-이스타항공 M&A에도 신경 써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처럼 항공사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서고, 추가경정예산을 항공업계에 가장 먼저 투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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