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22일 담화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생일을 축하하는 친서에 이어 두 번째 김 위원장 앞으로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밝히기 전날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4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친서를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히기 전날 김여정 1부부장이 청와대를 훈계하듯 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처럼 북한이 한국에 이어 미국을 향해서도 냉온탕 전략을 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나서 대남‧대미 메시지를 동시에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이상으로 북한이 남한이나 미국에 대해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남한 미국과 정상간 친분을 강조해 관계를 유지하되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발사에는 간섭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았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상황에서도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고 이는 김여정 1부부장의 담화가 탄도미사일 발사 24시간 안에 이뤄진 점에서 알 수 있다. 김 1부부장이 대남 담화를 낸 것도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우려하는 남한에 일침을 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 1부부장의 친서 내용과 김정은 위원장의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참관 내용은 현재 북한의 대미정책 기조를 잘 보여준다”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지 않는 한 국가안전을 위한 전술무기개발을 중단없이 진행해나갈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당 중앙위 전원회의 선언을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김정은은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참관 등을 통해 이번 김여정이 담화에서도 강조했듯이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전환을 막연하게 기다리지 않고, 전술유도무기 등 신형무기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무력증강 노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최대한 압박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또 “김여정의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과 미국과의 국가간 관계를 분리대응하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해주고 있다”며 “대통령의 친서보다는 공정성과 균형의 보장을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은 시간에 맡겨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크게 기대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도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방역에서 협조할 의향을 표시했지만 북한이 공개적,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미국의 민간 인도지원단체로부터 방역물자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커 보인다. 명분은 유지하면서도 진단키트 등 방역물자는 당장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결국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전술무기에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실전배치에 주력해 미국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를 상대로 전세계가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북한에게는 이 목표가 생존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할 수 있다.
한편, 이번에 북한이 21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지대지 전술유도무기로 확인됐으며, 평북 선천군에서 발사돼 내륙을 관통하는 능력을 보였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판 에이태킴스는 지난해 8월 10일(함흥, 400/48㎞), 8월 16일(통천, 230/30㎞) 두차례 발사됐고, 당시 북한은 새무기 시험사격이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이라고 했다”며 “지난해 두차례 모두 동해안 발사였지만 이번에는 내륙관통발사를 한 것으로 그만큼 신형무기의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번 시험발사는 개발부서인 국방과학원이 사용자인 인민군 앞에서 개발자최종시험평가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 단계 다음은 새로운 무기를 운영부대가 직접 시험평가해보고 전력화 단계를 거쳐 실제 운영 작전배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전술유도무기는 북한판 에이태팀스로 보인다”면서 “이번에 시험사격이 아니라 시범사격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때 개발 중인 무기의 시험이 아니라 실전화를 앞두거나 실전화 과정의 시범적인 사격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이어 “두 발의 발사간격이 24→15분→5분으로 좁혀졌다는 점에서 일단 기술적 향상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동부전선 일대 훈련에서는 초대형방사포 실전화를, 서부전선 훈련에서는 전술유도무기 실전화를 보여주는 방식을 취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홍 실장은 “북한이 이번에 ‘개발 중에 있는 전술 및 전략무기체계들’을 언급한 것으로 봐서 향후 이런 방식의 시험발사, 시험사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북한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410㎞에 고도는 약 50㎞로 탐지했다. 북한의 에이태킴스는 400여㎞를 비행할 때 정점 고도가 5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사드 최저 요격고도(50㎞) 아래로 비행하는 능력을 갖출 경우 사드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