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내가 죽으면 내 자식에게 구상권 청구할 보험사, 누가 가입하겠나”
한화손해보험이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 2900여만원의 구상권을 청구한 이후 거센 비난 역풍을 맞았다. 한화손보는 논란을 잠재우고자 대표까지 직접 공개 사과에 나섰지만 공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26일 강성수 한화손보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최근 국민청원에 올라온 초등학생에 대한 소송 관련해 국민 여러분과 당사 계약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판에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 소송을 건 보험회사가 어딘지 밝혀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온 것을 발단으로 비판이 거세졌다. 해당 청원은 이날 기준 약 17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대표가 직접 나선 사과에도 불구하고 청원자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강 대표의 사과문 내용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A군의 정확한 사정을 몰랐다?
강 대표는 "소송이 정당한 법적 절차였다고 하나 소송에 앞서 소송 당사자의 가정과 경제적 상황을 미리 당사가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법적 보호자 등을 찾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소송 전 A군의 아버지가 숨진 것과 어머니가 연락이 두절된 상태, 또 그를 위해 보육원의 주소를 알아내는 등의 조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럼에도 한화손보에서 해당 내용을 면밀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것엔 의문이 든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보험사 내에 보상 직원들과 구상 담당자들 간의 소통이 부족했을 가능성을 점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상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일이 모든 건수를 살피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장을 작성할 당시에도 주소가 '보육원'이라고 적혀 있을 가능성은 낮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한화손보의 입장은 일선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금 청구시효인 3년 안에 연락두절 된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거나 위임장이 없다면 A군은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인가?
강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미성년 자녀의 모친이 직접 청구를 하지 않는 이상 배우자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할 적절한 방법이 없어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제라도 정당한 권리자가 청구를 하거나 법적 절차에 문제가 없는 방법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즉시 보험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정당한 권리자’다.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거나 위임장을 작성해주지 않는다면 A군이 정당한 권리자가 돼 보험금을 청구 받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보험금 청구시효인 3년이라는 짧은 시간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선 일반적인 보험금 청구권의 시효는 상법상 3년이 맞다. 자동차보험 등과 같은 배상책임보험에 적용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 역시 안 날로부터 3년,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으로 올해 12살로 알려진 A군의 경우 안날로부터 3년이 지난 15살이 될 때까지 청구권이 유효하다.
또한 정당한 권리자인 어머니가 나타나지 않는다하더라도 유가족 측에서 실종신고 등 법적인 절차를 통해 권리를 다른 가족이 넘겨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군이 미성년자임을 감안했을 경우 역시 후견인 보험금 대리 청구가 가능하다.
성인되면 구상권 재청구?
강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회사는 소송을 취하했으며 향후에도 해당 미성년 자녀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소송이기 때문에 한화손보 측이 급하게 소송을 취하했지만 A군이 성인이 됐을 경우 구상권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업계에선 대표자의 이름까지 내세워 한 사과문을 내용을 뒤엎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를 하는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이같은 사건을 굳이나 뒤집어가며 또 다른 논란을 만들어 흠집내길 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