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라임자산운용 펀드에 아시아나항공 일부 자회사가 거액을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 인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완료 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2017부터 2019년까지 라임 관련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자회사들이 투자한 곳은 사모펀드 라임자산운용의 '라임새턴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새턴 펀드)' 시리즈 1·4호였다. 이 회사들이 투자하게 된 경위를 따지기 위해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박삼구 회장은 당시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PEF로부터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을 되사는 과정에서 라임자산운용에서 700억원 가량을 '라임플루토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을 통해 차입했다.
이후 금호고속 되찾기에 성공한 박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개발 △금호속리산고속을 통해 총 644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회사별로 아시아나IDT 119억원, 아시아나에어포트 119억원, 아시아나개발 130억원, 에어서울 100억원, 금호속리산고속 30억원 등이다.
하고 많은 자산운용사들 중 박 회장은 왜 라임자산운용에 투자했을까. 그룹의 뿌리인 금호고속을 다시 품을 수 있게 해준 '보은성'이 강하다는 게 투자업계와 재계의 중론이다.
금호산업 홍보실 관계자는 "에어부산은 146억원 손실처리했다"며 "나머지 계열사들은 10% 가량 차익을 실현하고 환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라임자산운용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선 "당시 수익률이 괜찮아 투자했을 것"이라며 "에어부산 말고는 손실본 게 없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금호산업 측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총 투자금액 중 대략 96억2000만원의 손해가 난 것이나, 원금 손실분이 146억원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이 예상치 못한 수준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자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683억원, 당기순손실은 6727억원에 달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와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당장은 7개 지역 70여개 노선에 대해 비운항 또는 감편 중이다. 또 국제선 운항률은 11% 수준이며, 전년 동월 대비 예약률도 90% 가량 급감했다.
이와 관련, 4월 중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소 15일 이상 무급휴직 처리한다고 밝혀둔 상태다. 여기엔 지난 16일부로 운항을 중단한 6대의 A380에 근무하는 운항 승무원들도 포함된다. 아시아나항공의 급여의 절반 가량을 토해내던 임원들은 10%를 추가한 60%를 반납하게 됐다. 이미 대표이사의 경우 무급이다.
그런 와중에 자회사 에어부산의 손실 규모는 라임펀드 투자 실패분을 더해 영업손실 378억원, 당기순손실 729억원으로 집계된다. 에어부산의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돼 결과적으론 HDC현대산업개발이 라임펀드에 자본을 대준 셈이다.
가뜩이나 시장가보다 높게 인수한 것 아니냐는 시장의 지적이 일고 있던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썩은 사과를 샀다면 안 살 수도 있는 것"이라며 "기업은 수익성을 맞추고 주주가치를 실현하는데 존재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을 통으로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추가로 출자하거나 수익성 악화 사업 정리 또는 해고·자산 매각과 같은 인적·물적 구조조정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항공업계가 그러잖아도 코로나19 사태로 극한의 상황에 내몰려있는데,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의 경우 라임사태 등 이중고 삼중고로 인해 경영 정상화에 훨씬 큰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에어부산이 주력으로 삼는 보잉 737은 대당 직접 고용인원이 조종·객실·정비 등 80여명인데, 리스사로 돌려보내면 이들이 모조리 해고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허 교수는 "한진해운 사태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재 400억원을 내놨듯, 박삼구 회장도 이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