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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국제유가·정제마진 동시 하락에 울상

2020-03-31 13:10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코로나19로 국가간 여행금지 조치가 확대되면서 국제유가가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5월물 미 서부 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20.09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는 전날 대비 6.6% 하락한 것으로, 이날 한때 19달러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는 5월물 북해산 브렌트유가 22.7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같은 기간 8.7% 감소한 것으로, 브렌트유 역시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는 33.84달러(-0.07%)에 거래됐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 및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원유·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사우디와 러시아가 증산을 통한 가격 인하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사우디는 다음달부터 수출량을 기존 일일 700만배럴 수준에서 1000만배럴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제마진도 3월 넷째주 배럴당 -1.1달러로 집계되는 등 2주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월 둘째주 배럴당 3.7달러로 올라서면서 손익분기점(BEP) 회복에 대한 기대가 생겼으나, 인도가 21일간 전국 봉쇄에 나서면서 가솔린 가격이 대폭 인하된 탓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BEP가 4달러선이라는 점에서 원유를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으로 정제해서 판매할 경우 평균 5달러 가량의 손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또한 중국 외 지역에서 석유화학제품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유가 급락에 따른 판가 하락이 시현되면서 영업이익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 전경·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이에 따라 업계는 1분기 수천억원 상당의 적자를 우려하면서도 미국이 사우디에게 유가 전쟁을 끝내자는 의사를 표명한 것 등을 들어 향후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 모두 감산을 통한 유가 상승을 도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이들이 2014년경 미국 셰일업계를 고사시키기 위해 '치킨게임'을 벌였을 때도 결국 재정난 등을 이유로 물러섰던 것으로 고려할 때 입장고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국가 경제에서 원유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기 위해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정상궤도에 올라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중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화학부문에는 저유가가 도움이 된다는 점도 거론된다. 원가 하락에 따른 부담이 줄어들 뿐더러 가격하락이 수요 증가를 야기한다는 분석이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반기 석유 수요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6월 이후 산업활동이 점차 정상화되면서 하반기부터 회복될 전망"이라며 "'IMO 2020' 효과도 저유황유(LSFO) 재고 소진으로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OSP 하락 효과 및 유가 상승 등도 겹치고, 정제마진도 연간 기준 전년 대비 배럴당 1.3달러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재료인 고유황유(HSFO) 가격 하락으로 윤활기유부문의 스프레드도 개선되는 등 수익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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