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올 1분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가운데 국내 조선3사의 주력 선종이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단 한 척도 발주되지 않으면서 연간 수주 목표 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8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와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 대비 71% 줄어든 233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로 집계됐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미국 셰일업계를 고사시키기 위해 증산을 단행하면서 유조선 수요가 급증했으나, 14만㎥ 이상 LNG선 발주가 '증발'한 것과 벌크선의 감소폭을 만회하지 못한 탓이다. 대형 LNG선은 2018년 조선3사 수주목표의 과반, 지난해 38%를 차지한 주력 선종이다.
실제로 올해 누적 발주량을 보면 수에즈막스급 유조선과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이 각각 150%, 70%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와 벌크선은 70%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쉐빙LNG운반선/사진=대우조선해양
업계는 카타르와 모잠비크 등에서 향후 대규모 LNG 프로젝트 발주가 본격화되면 발주량도 급속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 및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엑손모빌이 모잠비크 로부마 LNG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로부마 LNG 1단계 사업은 4구역 광구 내 맘바 가스전에서 채취하고 육상 LNG트레인 2기를 통해 연간 1520만톤의 LNG를 액화·판매하는 것으로, 2025년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특히 이 사업 지분의 10%를 보유한 한국가스공사가 연간 152만톤의 LNG를 국내에 공급하기로 하는 등 '단군 이래 최대규모의 자원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국내 조선사들이 LNG운반선 건조 사전심사를 통과하고, 10억달러 규모의 금융이자수익과 17억원 상당의 보험수익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해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이 올 1월 필리페 니우시 모잠비크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으나, 이번 연기 결정으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올해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해양플랜트 발주 재개도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해양플랜트 채산성이 높아지면서 과거와 달리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만 유지해도 발주를 기대할 수 있으나 국제유가가 20달러선에 머물고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러시아와 사우디의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반등했다가 OPEC+ 회의 연기 등으로 이틀 연속 폭락했다.
이에 따라 호주 브로우즈 프로젝트, 캐나다 베이두노르드 프로젝트, 영국 로즈뱅크 프로젝트 등이 연기 또는 사실상 무산됐으나, 미국 셰브론이 호주 해양플랜트를 발주하기로 한 점은 '불행 중 다행'으로 불린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급밸런스가 맞지 않음에도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등 저유가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호주 프로젝트에도 최근 국내 업체들을 괴롭힌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이 참전했다는 점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