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한달 연기됐다. 당초 이 부회장과 삼성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라 이번주 노조, 시민사회 신뢰 회복 등에 대한 개선방안이 담긴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내외 악재가 겹치자 삼성 측이 준법위에 답변 시한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준법위는 8일 "지난달 11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7개 관계사(이하 삼성)에 보낸 권고문에 대해 삼성 측이 위원회에 회신 기한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위원회는 오는 5월 11일까지 회신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 측에 따르면 회사는 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후 권고안 이행 방향과 주요 내용 논의에 착수했지만 그 과정에서 내부에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했다.
그 사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삼성 역시 국내외적으로 사업영역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았다. 비상경영체제로 대응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인 만큼 권고안 논의 일정에 불가피한 차질이 생겼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삼성 측은 권고안 이행방안을 최종 도출하기 위해 심도 있는 논의와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데 필수적인 의견청취, 회의, 집단토론, 이사회 보고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답변 시한을 최소 1개월 연장해 줄 것을 희망했다.
이에 준법위는 시한을 그대로 고수 하기 보다는 삼성이 보다 충실한 이행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부득이 하다고 판단, 삼성의 기한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앞서 준법위는 지난달 11일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에 △경영권 승계 관련 과거 위법 행위 사과 △노동 관련 위법 행위 사과와 무노조 경영 방침 폐지 선언 △시민사회 신뢰 회복 방안 공표 등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해 이달 10일까지 이 부회장이 직접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 고위층은 발표 형태와 사과 수준,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왔다.
준법위는 이날까지도 "삼성이 기한 내 어떤 형태로든지 답신을 보낼 것"이라고 확신했던 만큼 삼성 측의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면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지형 준법위 위원장은 "위원회가 원래 정해준 기한을 삼성 측에서 지키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면서 "권고안 회신에 높은 관심을 가진 분들을 다시 기다리게 한 것은 결과적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측은 비록 어려운 여건 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내는 것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준법위는 오는 21일 오후 2시 사무국에서 삼성 경영진에 대한 준법의무 위반 신고 제보 등 여러 후속 논의를 위한 임시 회의를 예정대로 실시한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