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75%로 동결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지난달 임시 금통위에서 0.5%포인트 인하에 나선 만큼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금리조정에 나서기 보다는 시장의 추이를 살펴보며 추가 대책 논의에 집중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은은 9일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현재와 같은 수준인 연 0.75%를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달 임시 금통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0.5%포인트 인하됨에 따라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금통위는 오는 14일부터 공개시장 운영을 위한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이 단순매매 대상 증권을 확대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고, 비용도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 관계자는 “특수은행채 매입을 통해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게 되면, 특수은행들은 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회사채 매입에 활용될 경우 채권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사는 ‘한은이 추가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하느냐’이다. 무엇보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주열 총재가 시장안정을 위한 ‘안정장치 마련’을 언급하면서다.
이 총재는 지난 2일 “한국은행으로서는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회사채 시장안정을 위해 한은법 제80조에 의거해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코로나19확산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신용경색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금융권에선 조만간 한은이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등에 관련한 세부 대책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오는 20일 임기만료를 앞둔 고승범‧신인석‧이일형‧조동철 금통위원은 이번 정례회의 참석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다음은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전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0.7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세계경제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 영향으로 크게 위축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경기침체 우려,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주요국 주가가 큰 폭 하락하고 국채금리와 환율이 급등락하는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 이 크게 확대됐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확 산 정도, 각국의 정책대응 및 파급효과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가 큰 폭 감소 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졌으며 수출도 소폭 감소했다. 고용 상황은 2월까지는 취업자수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일시휴직자는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증가했다.
올해 중 GDP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업제품 가격의 상승폭 축소 등으로 1% 수준으로 낮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중반 에서 소폭 하락했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후반을 유지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 확대, 수요측 압력 약화 등으로 낮아져 지난 2월 전망치(각각 1.0% 및 0.7%)를 상당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및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 영향 받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큰 폭 상승했다가 한·미 통화스왑 체결 이후 반락했으며 장기시장금리는 1%대 초반 에서 등락했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되었으며 주택가격은 3월 중순 이후 오름세가 둔화됐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 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에 따른 파급영향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므로,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거시경제의 하방리스크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국내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