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유래없는 사태를 맞이한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들은 경제 부흥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놓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 사이에선 각 정당에서 내놓은 경제 정책들이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제1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4차 산업혁명’과 ‘공정 경제’에 대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종로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사진=황교안 후보 페이스북
10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전날 종로 교남동 유세에서 "이번 총선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찬반 투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이냐, 시장경제성장이냐, 누구를 선택하시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황 대표의 발언대로 미래통합당은 시장경제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통합당은 총선 10대 공약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 프레임을 ‘희망경제’ 대전환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 소득주도성장(소주성) 폐기, 탈(脫)원전 폐기, 종합부동산세 완화, 최저임금제 개편, 재정준칙 명문화 등을 공약에 담았다.
특히 통합당은 법인세·상속세 인하도 강조했다. 법인세는 현행 4단계 누진 구조를 2단계로 줄여 과표구간별 세율을 2~5%포인트 내리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상속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책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안이나 구체적 계획 등은 내놓지 못해 구호성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6일 부산광역시 연제구에 위치한 민주당 부산광역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경제 활성화 관련 공약 대상을 벤처·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로 한정하며 '공정 경제'에 힘을 쏟았다.
민주당은 자본시장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에 매년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벤처투자 연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벤처활성화를 위해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도 연 1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의 매출확대와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선 온누리 및 지역상품권 발행규모를 2배 확대하고, 제로페이 소비자 편의성 제고로 가맹점도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기업을 규제하는 정책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1호 공약으로 공동 발표한 복합쇼핑몰 출점·영업시간 규제 공약을 내걸었으며, 지역 상권에 따라 임대료 상한제 범위 안에서 임대료를 정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손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와 이사 선임 시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재벌 경제범죄 처벌 강화 등 재계가 반대하는 공약들도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대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지만 여야 모두 이에 대한 고찰이 없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경제 정책이 관심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당과 야당에선 경제와 관련된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됐을 때 발생할 경제 문제나 향후 시나리오별 정책 수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조세 감면이나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 등 침체되고 있는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역시 총선에서 거론되고 있는 경제 정책 부분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예전에 만들어진 정책들을 이번 총선에 들고 나와 현실성이 적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장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한 선진국이나 타국 사례 연구 및 건전성 문제 고려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