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저는 정치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배웠다. 국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진심을 다하는 정치라고 배웠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
"1년 2개월동안 울고 웃으면서 알토란 같은 공약 준비했다. 광진구 바뀌어야 한다, 대한민국 바뀌어야 한다."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
광진을 고민정 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통합당 후보. 13일 고 후보 유세 현장에는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찾아와 그를 지원사격했으며 같은 날 오 후보는 강변역에서 퇴근길 인사 유세를 이어갔다./사진=(좌)고민정 캠프 (우)미디어펜
광진을은 구의 1·3동, 자양1·2·3·4동, 화양동으로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분포돼 있는 지역구다. 보수 정당에선 단 한 번도 깃발을 꽂지 못한 '험지 중 험지'이자 민주당으로선 수성에 실패하지 않은 '텃밭 중 텃밭'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이곳에서 5선을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가 표심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전망이다.
아울러 광진을의 총선 구도는 한 마디로 '정당이냐, 인물이냐'로 집약된다. 13일엔 고 후보를 지원 유세하기 위해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박광온 최고위원, 민주당 소속 광역의원 11명이 총출동해 화력을 집중했다. 앞서 공식 선거 일정 첫날인 2일에도 '문재인 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고 후보를 찾아 전폭적인 지원을 보냈다.
반면 오 후보는 '개인의 능력'을 부각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같은 날 퇴근 시간 무렵, 앞뒤로 공약집을 짊어지고 다니며 강변역에서 광진구민을 만난 오 후보는 전 서울시장 출신으로서의 행정력을 어필하는 데 집중했다. 오 후보 측은 인사 시간 내내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만든 공약 비교해서 투표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외쳤다.
고 후보와 오 후보를 비롯해 허정연 국가혁명배담금당·오태양 미래당 후보가 출마해 4파전을 형성한 이곳 광진을에서 마지막 승리의 깃발은 누구에게 안겨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15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고민정 민주당·오세훈 통합당·허정연 국가혁명배당금당·오태양 미래당 후보의 선거 현수막./사진=미디어펜
■ "잘 할 자신 있다. '문재인의 입'으로 했던 것처럼, 광진에서도 그대로 보여주겠다."
고민정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30분께 광진구 건대입구역 롯데백화점 인근에서 유세 차량 연단에 올라 이같이 말하며 "막말의 정치가 아닌 품격의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 후보는 3040 신혼 부부층과 1인 가구가 많이 분포 돼 있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교육·보육 복합 클러스터', '1인 가구를 위한 생활공유플랫폼 광진원타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초 오후 4시에 예정 돼 있던 이 유세 일정은 도로 사정으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의 현장 도착이 지연돼 30분 가량 늦게 시작됐다. 광진갑 전혜숙 민주당 후보와의 합동 유세가 진행됐으며 민주당 소속 광역의원 11명이 고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고 후보는 자신의 정치 스승을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문재인의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로 보여주고 결과로 보여주고 무엇보다 국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진심을 다하는 정치라고 배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전쟁에 가장 앞장선 장수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지체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고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 위원장은 "우리 고 후보는 저 혼자 생각인지는 몰라도 막내 누이동생처럼 뭔가 돌봐주고 보살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라며 "(당선되면) 오순도순 남매처럼 서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워드로스 아브하놈 거브러여수스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등 세계의 유력 인사들이 "대한민국은 모범국가"라고 평가했다고 전하며 문 대통령과 정부를 추어올렸다.
(왼쪽부터)고민정 민주당 후보와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전혜숙 광진갑 후보가 연단에서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단 아래에는 11명의 민주당 소속 광역의원이 서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러면서 "대한민국 기업 씨젠이 만든 진단키트는 세계 126개의 나라가 도입하겠다고 타진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대한민국이 위대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2~3주 전에 방문한 제약회사 '녹십자'가 올해 하반기 이전에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게 될 것 같다는 소식도 유권자를 향해 귀띔했다.
이 위원장은 "세계 많은 나라들은 대한민국이 모범적으로 하고 있다, 교과서다, 이렇게 말하는데 어찌 야당은 그것을 폭주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야당 말대로 폭주를 견제하면, 코로나 대처를 지금보다 더 물렁물렁하게 하라 그 말인가, 느슨하게 하라는 건가, 흐지부지하라는 건가, 천천히 하라는 건가, 코로나의 퇴치와 국민의 고통을 완화하는 말을 살살하라, 그 말인가"라고 통합당을 겨냥해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에 민주당에게 안정 의석을 주신다면 선거 끝난 바로 그 순간부터 제가 위원장으로 일하는 국난극복위원회를 다시 가동해가면서 코로나19 퇴치와 경제적 고통 극복에 바로 드라이브를 걸겠다"라며 "필요한 적정 속도로 가겠다. 그에 필요한 의석을 여러분께서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고 읍소했다.
이날 이 위원장이 지원한 고 후보의 유세 현장은 취재진들의 취재 열기와 그를 응원하기 위해 몰려든 지지자들의 성원 열기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현지에서 만난 50대 여성 지역주민은 "깨끗하고 참신하고 열정이 많을 것 같다. 책임 있는 정치를 할 것 같다"며 고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고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현장에 온 20대 남성 지역주민은 "중·고등 학생 급식으로 장난치는 것을 보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분노했다"라며 "오 후보는 국회의원으로서 광진구 발전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 50대 남성은 "(민주당) 전통 지지층이기 때문에 (고 후보를 지지한다)"라고 답했다.
이낙연 민주당 선대위원장이 13일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고민정 광진을 후보와 전혜숙 광진갑 후보의 합동유세를 지원하며 연설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11명의 광역의원(유세 차량 앞)도 두 후보를 지원사격했다./사진=고민정 캠프
광진을 고민정 민주당 후보가 13일 건대입구역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인사하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공약과 능력 보고 선택해주시라. 잘못 가는 문재인 정부 독선 바꾸겠다."
오 후보는 이날 이동 차량 유세 일정을 소화한 뒤 퇴근 시간 무렵인 오후 6시께 강변역에서 광진구민을 만났다. 역내에서 오 후보를 발견한 한 30대 여성은 그를 향해 "팬이다. 꼭 당선되셔야 한다"라며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공약집을 앞뒤로 짊어진 오 후보는 퇴근길 인사에서 '1년 동안 열심히 만든 공약'을 어필했다. 공약집엔 그가 주력하는 보육 대책과 '원룸촌 안심 센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 역시 지역의 3040 젊은 부부층과 '나 혼자 산다' 가구의 치안을 공략한 공약이다. 아울러 오 후보 측은 성수사거리(동일로, 아차산로 교차) 문화복합기능 거점 조성과 낙후된 동일로 주변 도시개발 계획도 강조하고 있다.
오 후보는 강변역 테크노마트 앞 유세 차량 연단에 올라 "지난 3년 동안 문재인 정부 잘못한 것 너무 많다. 코로나에 가려져 제대로 된 심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 반성은커녕 폭주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광진구 여러분께서 대한민국을 지켜주시라. 미래통합당도 바꾸겠다. 이 의지를 담아서 약속 드린다. 이제 공약과 능력을 보고 선택해주시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폭주기관차 같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대안·균형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국회 들어가면 통합당부터 바꾸겠다. 사랑받는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해 '당대표 도전'의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는 이날 고 후보에 대한 당 지도부 지원 유세 활동을 의식한 듯 한 마디 덧붙였다. 그는 "이낙연 (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매일같이 찾아온다. 광진의 발전을 위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세훈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라며 "(고 후보는) 광진구민과 광진구 발전을 위한 후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떨구기 위한 정치는 청산해야 한다"고 겨냥했다.
13일 오후 광진구 강변역에서 퇴근길 인사하는 오세훈 통합당 후보와 지역주민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어 고 후보에 대해서는 "국회 들어가서도 '문재인 복심' 자처하면서 입바른 소리 한 마디 못하는 사람이 우리 광진구 대표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며 "자객정치 바뀌어야 한다. 광진구와 대한민국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후보는 "1년 2개월 동안 울고 웃으면서 알토란 같은 공약을 준비했다"라며 "지혜로운 선택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오 후보 유세 활동에는 '오세훈 딸' 오주원 씨가 함께해 노래에 맞춘 율동으로 '아버지' 오 후보 유세를 도왔으며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정병국 통합당 의원도 강변역을 찾아와 오 후보를 지원했다.
현지에서 만난 50대 남성 지역주민은 "(오 후보는) 정책 위주다. 인물 좋으면 민주당 찍어도 되는데 오로지 당만 보고 찍는 건 답답하다"라며 오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지역에서 오래 살았다는 60대 여성도 오 후보의 행정력을 지지 이유로 꼽았다. 그는 "(오 후보는) 서울시장 경험 등 정치를 오래 했다. 일단 공약이 너무 좋고 실천도 할 것이라고 믿는다. 광진구 빛내고 대한민국도 발전시켜줄 거라 믿는다"고 지지 의사를 표했다.
올해 서른이 됐다는 남성 지역주민은 "이곳에 오래 살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가 여기 있으면서 공약 지킨 것이 거의 없다. 오세훈 (후보)이 서울시장 시절에 공약 지킨 게 많아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광진구 강변역에서 '퇴근길 인사' 유세를 하는 오세훈 통합당 후보가 지지자와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광진을 오세훈 통합당 후보의 딸 오주원 씨(왼쪽)가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