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일대 재개발 단지 현장 모습./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오는 8월부터 서울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는 재개발 단지의 임대주택 의무 공급비율이 기존 20%에서 30%로 강화된다. 조합설립인가 단계의 서울 재개발 조합들은 사업성 악화 우려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개발 사업 때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 상한을 20%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통과됐다.
현재 서울 재개발 단지는 임대주택 건설 의무비율이 10∼15%다. 개정안은 현재 서울 10~15%, 경기·인천 5~15%인 수도권 재개발 단지의 전체 주택 대비 임대주택 비율 상한을 20%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개정안에는 지방자치단체장 권한으로 이 비율을 최대 10%포인트까지 올릴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재개발 추진 구역들은 비상이 걸렸다. 해당 규정대로라면 건립 물량의 최대 30%까지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부 방침은 사실상 서울시를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임대주택 비율을 올리면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공공임대주택 보급 확대를 조례에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해 행사 자리에서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늘려 대한민국 국민들이 집 걱정으로부터 해방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임대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용적률 추가 인센티브 없이 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만 늘리라고 하면 사업성이 떨어져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면서 주택 공급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울 재개발 조합관계자는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할 임대아파트를 민간인이 책임지도록 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정부라고 볼 수 없다"며 "재개발 사업이 통상 지연되고 주춤되고 있는데 임대주택 비율만 늘려놓으면 사업성만 떨어지고, 사실상 재개발 포기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앞둔 재개발 조합은 총 50곳이다. 성북구가 9곳으로 가장 많고 용산구 7곳, 동대문구 6곳, 성동구 5곳, 동작·영등포구 각 4곳, 강북·관악·노원구 각 3곳, 은평구 2곳, 종로·서대문·송파·중구 각 1곳 등이다.
개정된 시행령은 오는 8월 초부터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까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재개발 조합은 상향된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을 적용받는다.
구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각 조합은 오는 8월 이전에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각 구청에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토지이용계획 수립은 물론 교통영향평가, 소음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서울시와 지자체가 조합원 총회 개최를 막고 있어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도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조합관계자는 "보통 임대주택 비율이 5%면 100여가구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수익이 최소 수억원 가량 감소하게 되는 것"이라며 "결국 조합원의 손실로 돌아와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