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국민연금·산업은행 입김 더 세지나...항공업계 '긴장'

2020-04-16 14:19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경제민주화 정책 드라이브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당인 민주당이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포함 총 180석을 확보해 전체 의석수 중 60%를 차지하게 됐다. 민주당에서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지만 산업계 중 항공업계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각 항공사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간섭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경영권 문제에 끼어들고자 했으나 보유 지분량이 11.7%에 달했고, 주식 보유목적이 일반투자였기 때문에 '10%룰'에 걸려 경영참여를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과 같은 공적 연기금이 특정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공시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로 '대량보유 등의 보고에 대한 특례'를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 154조를 개정했고, 지난 2월 3일부터 전격 시행됐다.

개정된 시행령은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에 한해 가능했던 △배당 △정관 변경 △회사 임원 선임·해임 △자본금 변동 등을 일반투자 목적으로 신고한 투자자에게도 문호를 활짝 열어줌을 골자로 했다.

대한항공 B747-8i 여객기./사진=대한항공



이는 곧 국민연금이 명목상 일반투자를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인 기업에 대해서도 임의로 경영참여 수준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지난 6일 기준 대한항공 지분을 9.98%로 일부 줄인 상태이긴 하나 여전히 지분량이 상당하다.

지난달 28일 한진칼·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일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지난해 국민연금이 조양호 선대 회장을 끌어내렸듯 언제건 얼마든지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으며, 오히려 커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민주당이 또 다시 득세함에 따라 조원태 회장 역시 국민연금의 눈치를 계속 보게 될 것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사진=아시아나항공



국민연금은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에도 자금을 투입했다. 정확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자금이 부족해 국민연금이 342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이다.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의 항공사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불가피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5000억원을 들고 있는 KDB산업은행은 이를 지분으로 받는 등 출자전환(CB)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어렵사리 성사시킨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 작업을 망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나 대한항공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에는 국민연금공단과 KDB산업은행 등 '시어머니' 격이 둘이나 돼 정부 당국 방침에 따라 회사가 요동칠 것이란 분석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학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증권가에서는 아시아나항공 국유화론이 나오는데, 글로벌 항공 트렌드는 민영화였다"며 "정부 영향력 확대는 좋은 현상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일본의 JAL은 1987년 민영화가 이뤄졌으나 운수성이 국민의 기업을 만든다는 논리로 1% 이상 지분을 가진 대주주를 두지 않고 지배 구조를 분산시켰다"며 "결국 도쿄대학 출신 엘리트 관료들이 주인없는 기업의 경영진을 맡으며 방만경영을 일삼았고, 1990년대부터 경쟁력을 상실하며 부실 기업으로 전락했다"고 소개했다.

JAL은 2010년 1월 파산절차를 밟고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서 상장폐지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후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가 2년 8개월 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전체 직원 4만8000명 중 1만6000명을 감원했고, 정부 자금 13조원이 투입됐다. 이후 JAL은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재상장 되는 데 성공했다.

허희영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의 사정을 잘 모르며 국영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항공판 대우조선해양이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허 교수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벌써부터 내년 주주총회를 준비 중일텐데, 경영권 방어에 허덕이는 모습"이라며 "정부 당국은 생사 기로에 놓여있는 국적 대표 항공사 대한항공을 좌지우지하려 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