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63석을 얻어 과반을 넘겼다. 비례당까지 포함하면 180석으로 개헌만 빼고 다 할 수 있다는 ‘수퍼 정당’을 탄생시켰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84석을 얻었고, 비례당을 합해서 103석에 그쳤다.
정권 중간평가로 치러진 총선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 기조가 더욱 선명해지고 과감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대선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내년 7월 이전까지 1년 안에 문재인정부는 개혁입법은 물론 경제대책에서 마지막 스퍼트를 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우선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까지 방역은 물론 경제회복을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와 협력을 이어가는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총선 이전부터 해온 것이지만 총선 민심을 확인한 문 대통령이 더 과감한 정책수단을 활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문 대통령은 총선 다음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국민들은 고난 극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며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다음주에 총선으로 한주 건너 뛴 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대량 실직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일자리 지키기’를 위한 대응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5월 말 문을 여는 21대 국회에도 우선 코로나19 관련 입법과 개혁입법 완성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은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구성과 자치경찰제 도입에 우선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를 위해 여당은 총선용 비례 위성정당을 합당하는 대신 교섭단체로 남겨두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의 야당 몫 2명 중 1명을 노린 셈법이다. 야당도 꼼수 위성 교섭단체 셈법에 분주하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코로나19가 정권심판론을 잠재웠다는 평가도 있다. 양당제도 무너진 1.5당제가 탄생한 상황에서 자칫 야당의 견제가 사라진 정치 지형의 폐해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 위기라는 장막이 걷힌 뒤 곧바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정부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장악한데 더해서 입법부를 장악하고 검찰까지 제압하는 행태를 보일 경우 국회는 파행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단독 패스트트랙이 가능해진 국회가 정상 기능을 못할 경우 지지율 급락이라는 국민심판이 뒤늦게 기능할 수도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 직전까지 여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중도의 민심 이반을 불러왔던 ‘조국 사태’와 비슷한 사건이 재점화될 경우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정당은 강력하게 결집할 동력을 얻게 된다.
특히 이미 반시장 정책 실험으로 인해 기초체력이 약해진 한국경제가 더 큰 경제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여당이 축배를 들 때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3월 취업자가 10년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 주로 소비에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는 멀쩡한 기업이 파산해 고용 대란으로 번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7일 선거대책위 해단식을 하면서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하자”고 말했다.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이라는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당시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하다가 야당과 관계 악화, 당내 계파 갈등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급락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그런 한편, 현재 청와대는 선을 긋고 있지만 총선을 끝낸 문 대통령이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교체로 공직사회 분위기 일신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줄곧 교체설이 불거졌던 외교안보라인에 ‘새 얼굴’을 앉히고,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부터 장관직을 수행한 ‘원년 멤버’를 중심으로 일부 개각에 나서는 방안이다.
만약 청와대가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할 경우 미국, 일본 등 정통 우방국과 새로운 관계 개선을 시도할지 주목된다.
이번 여당의 총선 압승이 문재인정부의 외교 문제 해법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있기 때문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는 거대여당을 가진 청와대가 국회비준이라는 방패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일관계에서도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벌써부터 문재인정부의 집권 기반이 강화되면서 한일관계의 악화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신문은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 한일 현안 해결과 관련해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때 향후의 한일관계는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