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당의 향배를 두고 자중지란이 이어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가운데 내부에선 당 해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통합당은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총선 후 처음 의원총회를 개최해 비대위 전환 등 당 수습 방안에 대해 모색했지만 당론이 통합되지 않아 최종 결론을 내리는 데 실패했다.
앞서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7일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찾아가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으며 황교안 전 대표도 사퇴 직전 김 전 위원장에 "비대위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왼쪽부터)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조경태 최고위원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지난 17일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당 안팎의 중진 당선자들도 '김종인 비대위원장 카드'를 원하는 눈치다. 5선에 성공한 정진석 의원은 언론 전화 인터뷰에서 "바로 전당대회를 열면 또 당권을 놓고 싸우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릴 수밖에 없다"며 "위기 해결 능력을 갖춘 김 전 위원장이 당을 수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선 장제원 의원도 "우리가 성찰하고 반성할 시간도 없이 전당대회 한다고 자리 놓고 권력투쟁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느냐"며 "그런 차원에서 비대위로 전환해서 원인을 찾아내고 성찰하고 혁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복당 의사를 밝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도 "김 전 위원장은 카리스마도 있고, 오랜 정치 경력도 있고, 민주당이나 우리 당에서 혼란을 수습해본 경험이 있다"며 "당 내부에는 비대위원장감이 없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전 대표는 "당헌에 당권, 대권 분리가 명시돼 있어 대선에 나갈 사람은 9월부터 당권을 가질 수가 없다"며 대권 도전의 뜻을 밝혔다. 대선 후보 물망에 오르는 중진급들이 당 회생에는 직접 나서지 않은 채 외부 인사로 하여금 당권 향방을 이끌어가게 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당 중진들은) 독박쓰게 될 거라서 (당권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대선에 출마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고위에서 의견을 모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카드'는 의총에서 내부 반대에 부딪혔다. 이날 의총에서는 조기전당대회론부터 통합당 내부 인사 비대위 체제 등 당 재건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비대위 구성에 강한 반대의사를 보인 김태흠 의원은 "외부 인사에게 당을 맡긴다면 나약하고 주체성도 없는 정당이란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중 의원도 "비대위를 여러 번 경험했지만 결과가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박덕흠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찬성은 3분1도 안 되는 것 같다. 비대위를 하되 외부에 맡기지 말고 내부에서 맡자는 것이 3분의2는 됐다"며 "나는 초선, 재선, 3선 중진 등에서 추천을 해서 전당대회 전까지만 운영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내부 인사 비대위 체제를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은 조기전당대회 쪽에 무게를 실었다. 조 의원은 이날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해 "많은 당원들이 원한다면 그런 쪽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면서도 "비상적으로 해야 하는 게 비대위 아니겠나. 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도 자칫 그 성격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비대위 운영 기간의 최소화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당 정상화 방안을 두고 해체 수준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좀비정당', '당 지도부 해체' 목소리를 높였던 김세연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근본적인 대책은 당 해체에서 찾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해서는 긍정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을 해체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김종인 비대위 체제 중 차선책으로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830세대로 세대교체 해야 (당이 살아남는다)"며 세대 교체론을 꺼내들었다. 830세대는 1980년대생, 30대, 00학번 세대를 뜻한다.
한편, 김 의원의 발언을 지켜본 정치권 한 인사는 "830세대 찾다가 80객인 김종인도 괜찮다니" 말을 잇지 못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당의 상황을 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