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최소화 외에도 코로나 이후(포스트 코로나)의 기회를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정보통신·배터리 등 4개 업종협회와 코로나19 대응 산업계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의 산업계 대책회의는 지난 16일 자동차, 철강 등 장치산업과의 회의 이후 두번째다.
코로나19 IT산업 대책회의에서 (왼쪽 네번째)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공회의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요가 하반기 폭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확산으로 2차전지 수요가 꾸준히 늘고, 가전은 코로나19 여파로 건강가전이 필수가전이 되면서 판매량이 늘 것으로 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아직 반도체 업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고 미국, 유럽 내 확산도 2분기 안에 완화되면 반도체 산업은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과거 전염병 이후 강한 회복세를 경험한 것처럼 하반기에 IT기기의 억눌린(펜트업) 수요가 폭발하면 반도체 경기 회복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디스플레이 산업은 단기적으로 공급차질, 장기적으로 수요부진이 불가피하다"라면서도 "2분기부터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이 정상화되고 있고, 전세계 코로나 사태가 조기 종식되면 경기회복에 따른 IT기기의 강한 수요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에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핵심부품인 2차전지 시장도 전망이 밝다"라며 "경쟁관계인 중국기업과 격차를 벌일 수 있도록 핵심소재·장비의 국산화, 차세대 전지기술력 제고 등이 코로나19 대응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전분야는 코로나19로 건강, 위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앞으로 건강가전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비대면 트렌드 확산으로 로봇의 상업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현안 애로를 털어놓는 한편, 코로나 이후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기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언택트 시대가 펼쳐지며 반도체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덜한 편"이라며 "반도체 신증설투자 활성화를 통한 조기 경제회복을 위해 각종 규제완화와 과감한 정부지원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LCD시장에서 중국에 이미 추월당한 상황에서 한국이 기술우위를 가진 OLED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며 "신성장 R&D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혁신기술 개발을 과감하게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배터리 시장은 선진국의 환경규제 강화,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등으로 향후 높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종식 이후 수요증가에 대비해 기업들이 유연하게 인력을 운용할 수 있도록 주 52시간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참석자들은 해외입국 제한에 따른 애로를 호소하며 외교적 협력도 당부했다.
한국디스플레이협회는 중국, 인도, 베트남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제품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대규모 인력파견이 필요하지만 각국의 출입국 제한으로 막혀 있다면서 기업인의 비자발급, 특별입국 허용을 위한 외교적 협력을 강화해 달라고 전했다.
진홍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제품 시험・인증 관련 각국 정부의 업무가 중단되면서 수출제품에 대한 규격 시험·인증 취득이 불가능해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라며 "국가별 시험・인증 업무가 정상화될 때까지 규제대상 제품에 대한 시험·인증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등 국제공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기업인의 해외출입국 제한, 시험·인증 애로를 조속히 풀어야 한다"라며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Don't waste a good crisis)는 명언처럼 코로나 이후 새로운 산업질서 재편과 신기술 채택 등 기회에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