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본격적인 중국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대비해 전사적인 위기대응 체제로 돌입한다.
코로나19여파가 크지 않았던 1분기 판매가 최근들어 9년 만에 100만대 밑으로 떨어졌고 환율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특히 코로나19 여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2분기에는 현재보다 더 큰 실적 악화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2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갖고 전년 동기대비 4.7% 증가한 863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액도 5.6% 오른 25조3194억원을 기록했지만, 완성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한 90만3371대에 그쳤다. 현대차의 분기 판매가 100만대 이하에 머문 것은 2011년 3분기 이후 34분기 만에 처음이다.
◇영업익 증가는 환율 착시효과
1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에는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효과와 미국 자율주행차 합작법인과 관련한 일회성 요인 등이 반영됐다.
지난해 1분기 평균 112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올 1분기 1193원으로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며 현대차의 매출 및 영업이익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지난해 미국 앱티브와 설립한 자율주행차 합작법인에 현물로 출자한 지적재산권이 현금화되면서 1분기 실적에 1000억원의 기타매출이 반영됐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이날 컨콜에서 "1분기 판매는 글로벌 산업수요 감소(24%)에 비해서는 선방했으나 11.6% 감소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환율과 일회성 이익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에는 이런 긍정적 요인들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회성 이익이 발생 요인이 없는데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생산 차질이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되며 환율 효과로는 만회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1분기의 경우 전세계 자동차 산업 수요가 24% 감소했는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은 40% 이상 줄었다"면서 "2분기에는 수요 증가가 예상됐던 중국이 연초 큰 폭으로 감소하고, 미국과 유럽, 인도도 감소세를 보이며 하락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국제 유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 판매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어, 판매 회복에 대한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투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자용 전무는 "산업수요 침체는 상반기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 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요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신차효과가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이며, 해외에서는 예정된 신차출시 일정도 다소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확보에 총력
현대차는 이같은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응해 위기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수요 및 판매 전망과 관련, 내부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빠른 경영 안정화를 위한 위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동성 리스크 관리, 전략적 재고 및 판매 운영, 유연한 생산체계 구축,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상현 전무는 "코로나19 관련 가동 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이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경영안정화를 위한 위기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철저한 유동성 관리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유동성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 올해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상현 전무는 "1분기말 현재 자동차 부문에서만 11조 수준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현재 본사 및 해외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을 중심으로 유동성을 계속해서 체크하고 있는데,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더라도 연말까지 유동성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장 회복시 즉각 대응 위한 수출물량 선 확보
판매 측면에서는 한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해외는 고부가가치 차량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해 나가면서, 시장이 회복되는 시점에 즉각 대응이 가능토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김상현 전무는 "보증기간 연장과 같은 소비자 친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견조한 판매를 보이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믹스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코로나19 관리가 상대적으로 잘 되고 있는 데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으로 판매가 원활한 상황이다.
구자용 전무는 국내시장 상황에 대해 "약 12만대의 신차 미출고(대기)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신차 라인업 개선과 신차효과로 3월 내수 판매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분기 해외 수요 감소로 수출물량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국내에서 GV80, G80, 그랜저, 팰리세이드 등 판매 호조 차량 생산을 늘려 수익성 증대를 꾀할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수출 물량도 미리 확보해 시장 회복시 즉시 대응 가능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협력사와 딜러들도 코로나19 상황을 잘 견뎌내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김상현 전무는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조기 정상화에 대비하기 위해 협력사와 딜러들의 상황도 계속 체크하고 있다"면서 "금융업체들과 연계해 협력사들의 유동성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래차와 친환경차 사업 등에 대한 R&D(연구개발) 투자는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상현 전무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개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며 "다만 안정적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일반투자에 대해서는 선제적 투자 우선순위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