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가 지난해 유예했던 연합공중훈련을 지난 20일 시작했다. 오늘인 24일까지 진행되는 이 훈련에 대해 공군은 “이미 계획된 통상적인 훈련”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하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개활동을 멈추고, 일각에서 제기된 위독설이 증폭된 상황에서 훈련이 재개돼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한미는 지난해 북미 간 비핵화협상을 위해 연합공중훈련을 유예했다. 당시 한미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취소하고, 대대급 규모의 훈련을 하기로 했다가 이마저도 유예했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한국 공군의 F-15K, KF-16과 주한 미 공군의 F-16이 대대급으로 참가했다. 전력화가 여전히 진행 중인 F-35는 훈련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미국은 22일에는 본토에 배치된 B-1B 폭격기를 일본으로 출동시켜 일본 항공 자위대와 연합훈련을 했다.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B-1B는 B-52,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이다. 이 폭격기가 한반도 주변에 공개적으로 전개된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강원 원산에서 불과 800~900㎞ 떨어진 일본 상공에서 훈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1B 폭격기가 한반도 주변에 공개적으로 전개된 것은 2017년 12월 비질런트 에이스 한미연합공중훈련에 참가한 이후 2년 4개월만이다. 최근 북한의 발사체 도발 등에 대한 경고로도 풀이되지만, 하필 이 시기에 전격 단행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에 김 위원장의 위중설은 찌라시나 국내 언론보도로 먼저 나왔지만 CNN이 첩보 수준의 정보를 과대하게 보도했다는 지적이 나와 있다. 제목에 ‘수술 후 중태’라는 표현을 쓰면서 마치 ‘미국정부에서 나온 전언’인 것처럼 시작됐지만 결국 “미국 정보당국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지켜보고 있다”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의 발화 지점을 미국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동엽 교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한 발화점을 개인적으로는 미국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번 총선 결과 여당이 압승하면서 지금 우리가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자 미국 쪽에서 이 같은 소식을 흘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21일 CNN의 보도로 논란이 크게 일자 청와대는 즉각적이면서도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동선을 공개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김 위원장이 측근들과 지방에 머무르며 정상 할동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날 김 위원장이 원산에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전략무기인 B-1B '랜서' 폭격기가 2017년 10월 21일 오후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열리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 상공을 공군 F-15K의 엄호를 비행하고 있다. 백조 모습을 연상시켜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랜서 폭격기는 마하 1.2로 비행할 수 있으며 기체 내부에는 34t, 날개를 포함한 외부는 27t까지 적재할 수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다음날인 22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인터뷰는 “우리는 모른다”였다. 이날에도 북한매체는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보도를 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모른다”며 “그가 잘 있기를 바란다. 나는 김 위원장에 내가 그의 행운을 빌고 있다고 꼭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CNN에 대해서는 “보도가 CNN에서 나왔다면, 나는 (해당 기사에) 큰 신뢰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북 정보와 관련해서는 한미 정부간 언제나 신속하게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과 관련해 한미 간 정보 공유를 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으로 한미 간 정보에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 발화 지점을 미국으로 보는 시각은 주가 폭락 와중에도 미국의 매수가 올랐다는 점에서도 나타난다는 지적이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산될 때 1400선으로 떨어졌던 주가가 최근 1900선으로 올랐지만 김정은 위독설이 증폭된 21일 1800선이 붕괴됐다. 그런데 다음날인 22~23일 외국인 매수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김 위원장의 질문을 받고 “CNN 보도가 부정확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그 보도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로 말하겠다”며 “그 보도는 한 부정확한 네트워크에 의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명확히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이틀 전 발언과 비교할 때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이날 김 위원장이 원산서 걸어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보도도 워싱턴 특파원발로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주 내내 원산에 머물렀고, 그 이유는 주변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기 때문이라는 전언과 함께이다. 이런 보도가 맞다면 김 위원장이 공개 활동을 군 시찰 또는 경제 시찰 중 어디서 재개할지, 새 전략무기 시험발사 등으로 도발할지 여부가 다시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