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준법 감시 모델을 제시해야 할 시대적 소임을 부여받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조계 전문가들이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업법연구소가 주최한 '삼성준법감시위 출범이 재계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삼성준법위의 행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삼성준법위가 미래지향적 준법감시 모델 구축보다 ‘과거사위원회’와 같은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부터라도 삼성준법위가 삼성의 미래를 위해 건전한 준법 감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을 권고하고, 사후 평가 수행을 위한 준비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업법연구소가 주최한 '삼성준법감시위 출범이 재계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이날 ‘삼성준법 감시위원회, 혁신적 실행 프로그램 제시할 때’라는 발제를 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달 삼성준법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계열사에 요구한 권고 내용은 월권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1일 삼성준법위는 △경영권 승계 △노동 △ 시민사회 소통의 △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조치 방안 등을 공표할 것을 권고했다.
최 교수는 “(삼성준법위가) ‘그동안 삼성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었다’고 단정한 것은 너무 앞서 나갔다”며 “이러한 권고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유죄를 인정하라는 요구와 같다“고 했다.
그는 또 “경영권을 포함한 상속의 경우 재산의 65%를 상속세로 내야 하는 나라에서 관련 세제를 먼저 고치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며 “이와 같은 삼성준법위의 요구는 경영 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노조 원칙’ 포기 요구에 대해서 최 교수는 “삼성은 이미 무노조 경영 방침을 선언했고, 사과도 한 바 있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면 될 일이다. 반복된 사과는 브랜드 이미지만 손상시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시민사회와의 소통 관련해서 최 교수는 “이 부분은 삼성준법위가 앞으로 해야할 역할이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삼성준법위가 설립 취지와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준법위는 삼성이 시민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준법 감시 프로그램을 마련해 삼성에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컴플라이언스 & 로’을 주제로 발제한 최승재 대한변협 법제연구위원장(변호사)은 “삼성준법위의 설치 자체도 평가받아야 하지만 앞으로 운용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삼성준법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보플로우 정립’ 등 앞으로 할 일이 상당히 많다”며 “기업 내부에서 위법행위가 있을 때 위원회로 연결되는 핫라인 확보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천재민 법부법인 바른 변호사는 삼성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준법위를 설치하고, 이것이 형사법상 양형에 반영될 경우 다른 기업들의 준법위 설치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 마련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 변호사는 “준법감시 제도의 독립성 및 자율성은 지배주주뿐만 아니라 기업 외부의 정치, 사회단체로부터의 영향력 차단을 포함해야 한다”며 “준법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등 기업의 외부 입김에 좌우될 경우, 향후 준법감시 제도가 기업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전지현 법무법인 참진 변호사는 삼성준법위가 내부독립은 물론, 시민단체 등 외부로 부터의 독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최근 삼성준법위를 놓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이 부회장 재판의 면죄부 △삼성준법위의 명목상 위원회 전락 등의 주장등은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일부 시민단체가 삼성준법위의 실효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준법위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이 삼성준법위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그 자체의 실효성 보다는 민바탕에 깔린 반기업 정서가 원인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삼성준법위의 ‘경영권 승계 관련 사과 권고’에 대해 전 변호사는 “일부 노동시민단체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처사로 보인다”라며 “향후 삼성준법위가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삼성 내부로부터의 독립 못지 않게, 일부 노동시민단체를 비롯한 외부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