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김 위원장의 잠행이 18일째를 맞은 29일 정부는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오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저희가 갖고 있는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종합평가를 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에서 다 확인 과정을 거쳤다”며 “갖고 있는 정보상으로 특이동향이 없다. 정부의 입장을 믿어달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어 “김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27일간 나타나지 않은 적도 있고 올해에도 15일간 이상 나타나지 않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현재 체류 장소로 지목한 강원도 원산 근처에서 김 위원장의 레저 요트가 운항되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전문매체인 미국 NK뉴스가 위성사진 서비스업체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로 김 위원장의 원산 별장 주변에 있는 3척의 레저용 요트가 4월 내내 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지난달 30일과 4월 2일 사이 원산과 근처 섬인 대도 사이를 오가던 55m 길이의 요트가 별장의 정박시설에 위치한 것으로 찍힌 이후 27일까지 매일 관찰됐다”고 했다. 또 “50m 길이의 요트도 4월 2일 위성사진에서 식별된 뒤 날짜별로 위치를 자주 바꿨고, 27일에도 대도 주변에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전했다.
특히 NK뉴스는 “북한이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을 했던 지난 14일 배들의 움직임에서 특이점이 포착됐다”면서 “원산 앞바다 대도에 있던 50m 길이 레저요트가 14일에는 별장으로 옮겨지고 평소에 보이지 않던 해군 함정이 원산해변 맞은편 황토섬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4월 12일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 매체는 “해군 함정의 등장은 1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있고, 요트가 옮겨진 것은 군사행동 과정에서 배가 손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14일 당시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발을 발사하고, 수호이 전투기에서 공대지 미사일 발사 및 미그 계열 전투기 활동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도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가 적어도 21일 이후 원산 기차역에 정차해있다고 보도한데 이어 이날 NK뉴스 보도로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설에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29일 북한 노동신문은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의 공개활동을 10여일만에 보도했다. 박봉주 부위원장은 지난 4월15일 ‘김일성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박 부위원장과 함께 북한매체에서 사라진 김여정 당 1부부장과 최룡해 상임위원장의 행방은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여전히 포착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은 “박 부위원장이 김정숙평양방직공장과 평양 시내 상점 등을 시찰했다”며 그가 방직공장 내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설명을 듣는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또 박 부위원장이 평양 제1백화점과 대형 쇼핑센터인 광복지구 상업중심도 둘러봤다고 전했다.
북한매체가 박 부위원장의 행보를 구체적으로 소개한 것을 볼 때 김정은 위원장 등 지도부가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도 당 지도부의 경제활동이나 북한 내부 경제가 정상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의 발표와 38노스, NK뉴스의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볼 때 김 위원장이 코로나19를 피해 원산의 별장인 특각에 머물면서 인근을 현지 지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위성사진을 동원해 김 위원장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어 김 위원장의 행방에 대한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어느 시점에, 어떤 활동으로 모습을 다시 드러낼지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신형 전략무기 개발을 공언한 만큼 김 위원장이 새로운 미사일 시험발사 참관으로 깜짝 등장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북한에 당장 중요한 행사가 예정돼 있지 않은 만큼 김 위원장의 잠행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