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14시 30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공정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지배구조와 정책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김정호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가 모두발언 하는 모습./사진=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바른사회시민회의는 29일 14시 30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공정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지배구조와 정책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통상학과 교수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수석위원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29일 14시 30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공정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지배구조와 정책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김원식 건국대헉교 경제통경제통상학과 교수가 '선진국의 공적연금기금 지배구조와 주주권 행사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사진=박규빈 기자
발제를 맡은 김원식 교수는 '선진국의 공적연금기금 지배구조와 주주권 행사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운용기금은 736조원으로, 올해 정부예산의 약 140%를 상회하고, GDP의 40%에 달한다"며 "현재와 같이 국민연금 제도내에서 운용되는 것보다는 자본시장 원리에 입각해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일본·호주의 사례를 들며 "'국민연금기금공사법(가칭)'을 도입해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공사의 이사회는 정부인사를 완전히 배제해 비정치적으로 수익률 제고를 목표로 기금운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 개혁·스튜어드십 코드의 적용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기금공사로 편입시켜 점진적으로 공사의 규모를 확대하고, 기금 운용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며 "이는 국민연금을 통한 연금 사회주의 논란에 대한 국민과 기업들의 우려를 덜어주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29일 14시 30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공정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지배구조와 정책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수석위원이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와 주주권 행사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사진=박규빈 기자
이상철 수석위원은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와 주주권 행사의 방향'에 관해 토론회를 이어갔다. 이 위원은 "본래 국민연금기금의 운용목적은 국민의 노후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함에 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기업 지배구조 개편' 수단 또는 정치적 목적의 '공공자금'으로 활용하려는 외부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 관리·운용 주체가 정부와 산하 공공기관이다 보니 정부 정책이 개입되거나 노동계 또는 시민단체 입김으로 기금운용 기조가 흔들린다"며 "연기금의 경영중립적 투자운용 저해 및 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된다"고 진단했다.
인적 구성과 관련, 이 위원은 "최고정책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원의 40%가 정부 관계자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투자‧금융 관점에서 독립적‧배타적으로 의결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일부 지역가입자 대표의 경우 특정 정치 성향의 시민단체에 위원 추천 권한을 부여해 해당 위원이 지역가입자의 이해관계를 중립적으로 대변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음을 짚기도 했다.
의사결정 거버넌스와 관련, 그는 "공적 연기금이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 의사결정체계에 독립성과 전문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주요 연기금과 이해관계자 갈등이 크지 않은 것은 의사결정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돼 있는 것에 연유한다"며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선결적으로 확보한 후 중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9일 14시 30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공정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지배구조와 정책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명예교수가 '왜곡된 국민연금 지배구조하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주주권행사, 연금사회주의 경계해야'를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사진=박규빈 기자
조동근 명예교수는 '왜곡된 국민연금 지배구조하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주주권행사, 연금사회주의 경계해야'를 주제로 삼았다.
조 교수는 본격 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국민은 국민연금에 경영권 개입을 위임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국민이 국민연금에 경영권 개입을 위임하지 않은 이상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국민연금의 영향력 제고를 위한 '셀프 도입'이라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그는 "국민연금법상 그 어디에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확하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조항이 없다"며 "그럼에도 소관부서인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했으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 없고, 이는 국민연금의 사회적·경제적 영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셀프 도입이며, 정책 독선 그 자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또 그는 투자유형별로 성과가 완벽하게 확인되지 않은 ESG와 같은 '사회적 책임 투자'를 국민연금이 주도하게 되면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은 임계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정치 슬로건을 내건 문재인 정권 하에서 연금 사회주의는 결코 기우일 수 없다"고 설파했다.
조 교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정부가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 하도록 할 것"이라며 "지난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보듯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강화가 반(反)기업 정서와 결합하면 재벌개혁 등의 관치 수단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은 갑 속에 든 칼이어야 한다"며 "공적 연기금의 집사 참칭(僭稱)은 '국민 노후자금의 정치금고화(政治金庫化)'이며, 국민연금의 본분을 망각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조 교수는 "국민연금이 가지는 주주권은 재무적 중립 투자자로서 '그림자 주주권(shadow vote)'야야 한다"며 "역발상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5%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역설했다.
29일 14시 30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공정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지배구조와 정책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의결권자문회사의 규율과 책임'를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사진=박규빈 기자
마지막 주자였던 최준선 명예교수는 '의결권 자문회사의 규율과 책임'를 주제로 했다.
최 교수는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 자문사가 이미 분석해 놓은 의결권 행사 내용에 관해 자문을 받아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커 의결권 자문사들의 힘이 점점 세져간다고 진단했다. 군소 기관투자자들이 스스로 의안을 분석하기 위한 인적·물적 시설을 갖추기에는 비용이 많이 소요돼 어렵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커 스스로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게 최 교수의 견해다.
그러나 최 교수는 "큰 실익 없이 거래비용만 늘어나 결국 투자자들의 수익을 깎아먹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의결권 자문회사가 신뢰할 수 있는 전문성을 보유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가 2018년부터 의결권 대리행사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중 △사외이사 선임 △불법 정치자금 △기후변화 등 주총에서 발의된 다양한 주주제안 안건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결권 자문사들이 주주들에게 권고하는 방향과 회사의 방침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기업의 투자등급을 발표했는데, 신한지주·DB손해보험은 ESG 최고등급을 받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코오롱생명과학은 최하 등급을 받았다"며 국내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중 미국 감염성 질환 치료제 전문 기업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와 44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며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고, 실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26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FDA가 코오롱티슈진의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인보사케이주)의 임상 3상 보류를 해제해 11개월의 침묵 끝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호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서스틴베스트는 이 회사들에 대해 ESG최하 등급을 매겼다"며 "ESG 등급 부여와 수익성은 무슨 상관 관계를 갖는지 소명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 그는 의결권 자문기관이 부실 자문 보고서를 작성했을 경우 허위 사실에 기초한 것이므로 주주총회에 의한 회사의 지배구조나 구조조정 등에서 의사 결정이 왜곡되기 때문에 그 과실로 인한 결과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 했다.
이에 따라 의결권 자문업에 대한 신고제 또는 등록제가 마련돼야 하며,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해 기존의 지배구조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코드 제정에 참여하는 단체는 코드 자문업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최소 인력 및 자격, 담당자 공개 등 심사가 이뤄져야 하며, 의결권 자문기관에 대한 직접규제를 도입하는 경우 규제기준을 지키지 않는 의결사들에 대한 과태료 등의 행정제재가 가해져야 한다"며 "의결권 자문기관의 자문에 대해 객관성을 확보하는 등 내부통제기준의 확립을 강조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