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한진해운 사태 이후 계속된 악재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국내 해운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해온 가운데 HMM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의 명명식을 가지며 순항의 축복을 빌었다. 배재훈 사장이 취임한 이래 사명 변경과 정부 지원 등 굵직한 일들이 생겨나 적자의 수렁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사진=HMM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해양수산부는 경상남도 거제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명명식을 진행했다. 명명식은 건조 과정을 끝낸 선박을 조선사가 선주에게 인도하기 직전 선박의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행사다.
조선·해운업계의 오랜 전통에 따라 선주사 HMM이 대모(代母)를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선박의 밧줄을 자름으로써 축구장 4배 규모로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알헤라시스(Algeciras)호가 세상에 공식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이 외에도 최근 HMM에는 굵직한 변화들이 있어왔다. 지난달 1일 기존 현대상선에서 사명을 HMM으로 변경했고, 정부의 국가기간산업 지원 차원에서 운영 자금 4700억원을 긴급 수혈받는 데에 성공했다.
이 모든 것은 배재훈 사장이 취임한 이후 생겨난 일들이다. 지난해 3월 27일 배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현대상선호는 거친 바다를 뚫고 나아가야 한다"며 "이익을 내고 지속성장하며,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자"고 당부했다. 이어 "2015년 2분기 이후 15분기 연속 적자에 빠져 있다"며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우리 모두의 강력한 실행력으로 반드시 영업이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취임 직후 회사엔 내우외환 요인이 너무나도 많았다.
우선 외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됨에 따라 물동량이 급격히 줄었고, 중동 오만만에선 노르웨이 국적 선박이 피격되는 등 화주와 선사들이 몸을 사려야 했기 때문이다. 내적으로는 실적 개선을 위해 배 사장은 전체 47개 노선 중 적자를 기록하던 16개 노선에 대해 폐선 결정을 내렸다.
이어 '현대'와 '상선'을 없앤 새 CI를 발표함으로써 다양한 분야로 나설 수 있는 출구를 만들며 회사 이미지 쇄신에 신경 썼고, 현재 사명을 공식화했다. 또한 컨테이너 박스 6만3480대도 미리 확보해 물동량 확대에 대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해운업계에서는 배 사장의 개혁 행보에 대해 시의적절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배 사장은 업계 평가에 부응하듯 지난달 8일 HMM 사보 4월호 인터뷰에서 "중국발 물량이 순조롭게 공급되고, 미국·유럽 지역의 소비가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글로벌 코로나19 위기를 큰 충격 없이 극복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 1분기엔 목표치를 넘는 실적을 거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당장 다음 분기에 영업 부진을 탈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나, 상황이 더욱 나빠지지 않는다는 전제로 3분기엔 경영 정상화를 이뤄낼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디 얼라이언스 가입에 따른 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배 사장은 "적재량 2만4000TEU인 알헤라시스호를 인도받고서 그 중 5000TEU는 우리 HMM이 쓰고, 나머지는 디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에 임차해줄 것"이라며 "빌려주는 선복량이 자체분보다 많지만 해운업계가 어려운 지금 환경에선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디 얼라이언스 회원 선사 하팍로이드나 ONE가 대형선을 발주할 경우 우리 선복량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이에 맞게 당사 영업 역량이 커지며 슬롯을 채우게 되면 이익이 더 늘어날 것이고, 내년에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인수하면 슬롯 코스트가 더 하락해 추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했다.
배 사장은 실적 개선을 호언장담하며 코로나19가 한참 창궐하던 지난 3월을 포함, 취임 이후 12차례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는 경영진이 가까운 미래에 흑자를 내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볼 수 있어 '배재훈 선장'을 필두로 한 HMM 순항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