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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 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살아도 산 게 아닌 이유

2020-05-04 11:46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글로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국내외 항공업계가 도산 위기에 처했고, 우리 정부도 국책은행들을 통한 항공사 긴급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채권단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항공사 지분 상당량을 갖게 되고, 알짜 사업부를 매각하길 바란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두 항공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없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4일 항공사 지원 방안 간담회를 개최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양대 FSC에 2조9000억원을 수혈키로 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정류 중인 대한항공 여객기./사진=연합뉴스


우선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2000억원은 운영자금 형태로 지원하고, 화물 운송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오는 6월 주식 전환권이 있는 영구채(CB) 3000억원가량을 사들인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두 국책은행이 대한항공 지분 10.8% 정도를 갖게 된다는 계산이다.

이 외에도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대한항공이 신청할 경우 신속 인수키로 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한항공에 사실상 공적자금 1조4100억원을 투입하게 되며 갖게 되는 지분은 10.8%를 상회할 전망이다.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로고./사진=각 행



그러나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대해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는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5월 15일 경 대한항공에 유동성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여 그전에 자금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자금 지원은 △항공사 자체 자본확충·경영개선 등 자구노력 △고용안정 노력 등 노사 고통 분담 △고액연봉·배당·자사주 취득 제한 등 도덕적 해이 방지 △향후 기업 정상화 시 이익 공유를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대한항공의 기내식·MRO(항공기 정비)·마일리지 사업부 매각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경제지는 한진그룹이 해당 사업부 매각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는 "회사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꺼내본 것에 불과하고, 결정된 바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일리지 사업부라는 것은 애초 존재하지도 않으며 여객사업본부 내 한 개 부서일 뿐"이라며 "여객이나 화물 운송에 비하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 가담항설에 지나지 않는 추측성 보도"라고 일축했다. 항공우주사업본부 매각설에 대해서도 그는 "전혀 거론된 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쥔 정부 당국이 다수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고자 하는 형국에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언제, 어느 수준까지 배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해고는 수용할 수 없으며, 흑자를 낼 경우 정부와 수익을 나눠야 한다는 점이 경영 위기를 재차 불러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한항공이 정부 지원을 받고 한숨 돌렸지만 살아도 산 게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산업은행이 떠안고 있는 채권을 CB로 전환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정부 지분률이 25%에 달할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산업은행이 떠안고 있는 채권을 CB로 전환하면 정부 지분이 25%에 달해 사실상 공기업과 다름없게 된다. 당초 정부는 전 항공사를 대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압박했으나, 아시아나항공에는 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아시아나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이미 우리는 2003년에 기내식 사업본부를 매각했다"며 "돈 될만한 건 금호그룹과 당사가 어려울 때마다 다 팔아서 더 이상 팔 게 없는 상태"라며 웃지 못할 상황을 전했다.

아시아나IDT에 관해서는 "당사에서 분사된 IT 회사인 건 맞으나,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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