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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동물의 숲' 게임은 되고 일본차는 왜 안되나?

2020-05-05 10:03 | 김상준 기자 | romantice@daum.net

동물의 숲 소개 홈페이지 / 사진=닌텐도 동물의 숲 홈페이지 캡쳐



[미디어펜=김상준 기자] 일본의 비디오 게임 제작사 닌텐도의 ‘동물의 숲’이 국내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끝없는 매진사례가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4일 국내 한 언론사는 5일 상점에 새롭게 배정되는 판매 물량을 사기 위해 전날 이른 오후부터 상점 앞에서 노숙에 돌입한 시민들을 보도할 정도로, 동물의 숲의 인기는 글자 그대로 매우 뜨겁다.

일본불매 운동의 시작은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국내 수출을 제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벌써 11개월째 지속 중이며, 취재를 위해 설문을 해보니 왜 불매 운동이 시작됐는지도 잊어버린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김상준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자동차 분야를 취재하는 담당 기자로서 ‘일본불매’의 표적이 돼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일본차 제조사들과, 없어서 못 파는 일본 게임 닌텐도의 동물의 숲의 상반된 온도 차. 즉 이중적인 국내의 ‘선별적 일본불매’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차 회사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일본 본사에서 임명한 대표와 핵심 간부급을 제외한 약 95%의 직원들은 바로 한국인, 즉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반 우리 국민과 똑같이 학교에 다녔고, 취업을 준비했으며 국내에 진출한 일본차 제조사에 취업해서 열심히 일해온 평범한 한국인이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국내 진출한 일본차 회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불매 운동 전까지 국민 대다수가 즐겨 입었던 유니클로의 수많은 한국인 직원들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이다.

물론 일본의 경제 보복이 옳다고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불매로 인해 국내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대상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가려보자는 것이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 사진=토요타코리아



실제로 10년 넘게 일본계 의류 브랜드 매장을 운영해온 지인 한 분은 최근 상당한 피해를 보고 폐업을 결정했다. 대표로서 사업의 규모를 꽤 크게 운영했기에 피해는 막심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직원으로 고용됐던 사람들이 대규모로 실직했다는 점이다. 물론 일하던 직원은 모두 한국 사람이다.

일 년 가까이 일본불매운동의 폐단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면서, 일부 정치권과 언론사에서 조장하는 일본불매 운동이 매우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가뜩이나 실업률이 늘고 취업의 문턱은 높기만 한데, 일본불매 운동으로 국민의 생계가 위협받고 실제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늘고 있으니 보통 문제가 아닌 듯하다.

혼다 어코드 / 사진=혼다코리아

 
다시 자동차 기자의 본분으로 돌아와서, 개인적으로 일본차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잔 고장이 없어 상당한 장점이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국내 자동차 시장의 건전성과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국산차와 일본차 그리고 더 다양한 수입차들의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하게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정이지만 이번 일본불매 운동이 지속돼 국내에 진출한 일본차 제조사가 모두 철수를 결정한다면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차량 선택의 폭은 더욱 줄어들 것이고, 경쟁이 약화된 시장은 독점 자본이 차지하게 된다는 것은 기초적인 경제의 법칙이다.

현명한 소비자들이라면 일본불매운동으로 실제 이득을 취하고 있는 숨은 세력은 누구인지 또 실제적인 피해를 받는 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소시민, 나의 이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볼 때다.

또한,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동물의 숲을 밤새워 하면서, 일본 게임은 대체 불가의 존재이기 때문에, ‘일본불매에서 제외’라는 모순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아 성찰이 필요하다.

[미디어펜=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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