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가 서울 도심 내 신규 주택 공급을 위해 재개발 사업에 공공기관이 사업 시행자로 참여토록 하는 '공공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조합과 함께 재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참여해 지지부진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서울 도심 공공 재개발 사업으로 고급 아파트가 탄생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벌써부터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도심 내 지체되고 있는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4만가구를 새롭게 공급할 방침이다. 현재 서울 내에는 총 531곳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이지만 이중 재개발 구역 102곳은 구역 지정 이후 10년간 조합 설립에 실패해 사업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또 조합 설립에 성공해도 조합 내 갈등과 분담금 문제 및 복잡한 절차 등으로 실제 착공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이 참여하면 사업이 5년으로 단축될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LH와 SH가 단독 혹은 공동시행자로 재개발 및 주거환경개선사업에 개입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점을 공공기관의 참여로 유착관계자나 부조리한 비리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다.
현재 서울 재개발 구역 357곳 중 10년간 조합설립인가도 못하고 사업이 정체된 102곳에 공공 재개발이 우선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시가 재정비사업 대신 도시재생을 추진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세운상가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지난달 152개 구역 중 89개 구역만 정비구역 지정 해제되면서 공공 재개발 도입의 대표적인 후보지로 꼽혔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171개 정비구역 중 152개 구역은 2014년 3월 27일 구역 지정 이후 5년 넘게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어 일몰 시점을 이미 넘긴 상태다.
일몰 기한이 연장된 것은 해당 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와 자치구의 재정비 사업 추진 의지가 고려됐기 때문이다. 일몰 연장에는 사업시행인가 신청 동의율 충족, 실효성 있는 세입자 대책 마련 등의 조건이 붙었다.
작년 6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가 최근 다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증산4구역도 적극적으로 공공 재개발 참여를 추진할 사업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외에 성북구 성북1·2구역과 동선동, 용산구 용산정비창1구역과 동자동·후암동 일대가 사업성 부족이나 내부 갈등으로 20년 넘게 재개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적극적으로 공공 재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에서 입지가 뛰어나거나 대규모로 추진되는 재개발 사업지는 공공 재개발 참여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입지가 좋고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는 사업지는 아파트의 마감재 수준이나 시공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임대아파트가 늘어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2014년 마포구 아현동 아현3구역을 재개발해 지은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같은 고급 아파트가 공공 재개발 방식으로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선진국인 영국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공동출자해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모델로 삼고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업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사업진행의 속도는 단축시킬 수 있으나 사업 내에서 마감재와 시공 경쟁력 부분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임대아파트가 늘어나면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수주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재개발 활성화 방안은 사업속도나 분양가상한제 혜택등이 주어져 장점이 있겠지만, 결국 민간 건설사의 경우 사업성이 관건"이라며 "기존 정비사업의 성격은 고급화 전략이었지만 정부가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했으니 기존과 같은 시공 경쟁력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