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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삼성, 대한민국 국격에 딱?

2020-05-07 17:0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였다. 세간의 비난 거리였던 상속, 노조 문제를 털어버렸으니 홀가분함을 느꼈을 것이라 짐작된다. 동시에 그 진심은 이 부회장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어서 안타깝기도 하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기업, 기업인의 역할은 이 부회장이 그어놓은 선 밖을 넘어갈 수 없게 됐다.

승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 부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상속이나 승계를 '왠지 나쁜 것'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부모가 자신이 가진 좋은 것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그것을 죄악시 여기는 분위기에 편승한 것으로 비쳐진다.

일각에선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 부회장의 심정이 오죽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알기에, 아들에게 그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심정이 느껴진다는 평가다. 일리 있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사과문에는 세상을 향한 원망 보단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의지가 더욱 강하게 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삼성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물론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선택은 불가피한 것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징벌에 가까운 상속세를 지불하며 4세 경영을 감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상속을 죄악으로 여기는 현행 제도에 대응할 용기가 없다면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굳이 힘든 길을 택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면 쉬운 길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노조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조에 대한 우려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은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했다. 일단은 박수를 받을 테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찌됐건 오너로 있는 기간만 잘 넘기면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 부회장의 책임이 아닌 것이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긴 하지만 대세가 그러한 것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훗날 삼성이 노조에 잠식되거나, 파업에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며 죄책감이 일 수야 있겠지만, 그런 것이 우려됐다면 애초에 이 같은 사과도 하지 않았을 테니 무어라 덧붙일 말이 없다. 그것이 이 부회장의 한계인 것을 누가 어떻게 바로잡겠는가.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의지는 우리 사회 분위기와 딱 맞는 행보이기에 대한민국 국격과 찰떡궁합이다. 더 이상 보텔 게 없다. /조아인 자유기고가

[조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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