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바이오벤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사진=픽사베이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바이오벤처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신약 개발을 위한 파이프라인은 늘리고 부담은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바이오벤처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에만 비상장기업 2곳에 10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자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헬스케어 업체 휴이노와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기업 아밀로이드솔루션에도 각각 50억원의 투자금을 집행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바이오벤처와 공동 개발한 후보물질이 기술수출까지 이어진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YH25724'는 바이오벤처 제넥신의 항체융합 단백질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다. 또 지난해 얀센에 기술수출한 레이저티닙도 개발 당시 바이오사 제노스코와 협업한 바 있다.
유한양행은 앞서 지난 5년 간 바이오벤처 등에 총 2117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2015년 바이오니아, 제넥신, 코스온, 이엠텍 등 코스닥상장기업에 850억원을 들였으며 2016년에는 416억원, 2017년 140억원, 2018년 301억원, 지난해에는 310억원을 들였다.
신약 개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유한양행이 적극적인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후보물질 색출 과정 등 기초 단계를 건너뛰고 이미 개발중인, 어느정도 확인이 된, 성공의 여지가 있는 약에 확실히 투자해서 개발 속도는 높이고 위험부담은 줄이려는 의지"라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개방형 혁신을 통해 성과를 내고자 고군분투 중"이라고 말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바이오오케스트라에 50억원을 투자하고 알츠하이머 치료제 'BMD-001'를 공동개발 중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BMD-001은 현재 전임상을 끝낸 상태이며 내년 미국에서 임상1상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를 통해 수출 보다 내수에 치중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비쳐진다.
일동제약도 지난해 바이오벤처 이니바이오에 40억원을, 엔젠바이오에는 27억원 투자를 집행했다. 또 일동홀딩스는 같은해 NRDO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자회사 아이디언스를 설립하기도 했는데 이는 신약 발굴이 아닌 개발만 전담하는 사업 모델이다. 일동홀딩스는 개발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을 도입해 신약 개발 속도를 앞당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개방형 혁신이 긍정적인 성과만 도출하는 것은 아니다. 대웅제약은 올해 1월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으로 개발하던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물질 'HL036'의 임상 결과를 번복하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뤘다.
각막 손상 개선을 측정하는 지표에서 우수한 효과를 입증했다는 초기 발표와 달리 닷새만에 임상3상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현재 한올바이오파마에 대한 지분 31.25% 확보하고 있으며 'HL036'에 공동 권리를 갖는다.
1973년 설립된 한올바이오파마는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 합성신약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제약기업으로 151건의 국내·해외특허 및 첨단 정제공장과 수액공장 등의 특수정제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대웅제약이 지분을 사들이면서 공동 경영 체제로 가게됐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