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정류 중인 대한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정부발 구제금융으로 대한항공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한진칼의 유상증자 건으로 한진그룹이 난기류 속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24일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이 항공사 지원 방안 간담회를 개최해 1조200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받게됐다. 이에 따라 월 평균 운영비가 6000억원 가량 들어가는 대한항공은 약 2개월 가량 가까스로 연명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두 국책은행들은 당초 현금 2000억원을 운영자금 형태로 지원, 화물운송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외에도 다음달에 주식 전환권이 있는 영구채(CB) 3000억원가량을 사들인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차입금이 언제 들어올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오는 13일 이사회가 열리는데 이때 자구안이나 유상증자 등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이사회는 1조원 수준의 유상증자 여부·규모·방식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유증 방식은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회사가 주식을 발행할 경우 기존의 주주들에게 주식을 선매입할 권리를 부여해 새 주주들을 끌어모으는 것을 의미한다. 유상증자가 확정될 경우 한진칼 역시 주식을 새로이 취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 역시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통주 기준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들고 있는 한진칼은 지분율에 따라 3000억원을 조달해야 하지만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상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칼이 보유한 현금·현금성 자산은 522억6899만5917원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현금이 달리는 한진칼이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 등을 담보로 한 대출을 통해 추가 자금을 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한진칼 역시 산업은행 등의 신용보증을 받아 회사채를 발행해 마련한 자금으로 대한항공 유증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 대한항공에 이어 한진칼에까지 정부 지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 당국은 산은을 통해 대한항공을 지원할 당시 자구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때문에 한진칼에도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내놓길 바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글로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택배 사업 등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종합물류회사 ㈜한진을 매각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주축인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 42.75%를 보유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 측 대비 소폭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주주연합이 조만간 한진칼 임시 주총을 요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KCGI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이 살아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지금 당장은 임시 주총 개최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1조5000억원 가량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짐작하고 있고, 올해 4조원대의 빚을 갚아야 해 KCGI를 비롯한 주주연합이 한진칼의 경영권을 쥔다 해도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부 당국이 대주주의 고통 분담을 구조조정 원칙으로 내세운 만큼 주주연합 역시 피를 흘려야 할 가능성도 상존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