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시에서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쇼크에도 개인투자자와 함께 ‘매수 우위’를 나타냈던 국민연금의 수익률 성적표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국내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의 향후 수익률 역시 낙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폭락장에도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였던 연기금, 그 중에서도 국민연금의 수익률 상황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개미)등과 함께 쌍끌이로 매수세를 주도한 ‘큰손’이었다. 3월 폭락장에서는 증시의 지렛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상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선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2개월간(3월8일~5월8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14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연기금 역시 이 기간 4조 258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6조 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음을 감안할 때 외인이 던진 물량 대부분을 개인과 연기금이 받아낸 형국이 연출됐다.
구체적인 종목을 놓고 보면 국민연금은 지난 1분기 비에이치, 한독, 아미코젠, 롯데정보통신 등 16개사를 신규편입하며 5~7% 이상 지분율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이들 종목의 주가는 대체로 지지부진했다.
지난 1분기 비에이치의 주가가 무려 24.60% 폭락한 것을 위시해 롯데정보통신(-12.73%), 삼화콘덴서(-6.41%), 일진다이아(-15.74%), 코스맥스엔비티(-25.49%), 보령제약(-21.08%), 성광벤드(-39.90%) 등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국민연금이 1분기에 추가 매입을 한 종목들의 경우도 대부분 수익률이 낮았다. 국민연금은 지난 1분기 아모텍 지분을 5.14%에서 8.64%로 늘렸지만 이 기간 주식 수익률은 –28.84%로 매우 부진했다.
화승인더도 지분율이 7.32%에서 10.02%로 늘어났만 주가는 -26.81%로 폭락했다. 경동나비엔의 경우 8.17%에서 10.69%로 지분이 늘었으나 수익률은 -21.46%였으며 제일기획도 8.13%에서 10.05%로 지분을 늘렸는데 -28.27%로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수익률이 좋아진 종목도 물론 없지는 않다. 국민연금은 NHN 지분을 작년말 대비 3.6%나 늘렸는데 이 기간 주가는 19% 뛰었다. 신규편입한 덕산네오룩스도 16.54%의 수익을 올렸으며 한독과 아미코젠도 각각 3.75%, 8.25% 상승했다. SK케미칼은 종전대비 2.09%의 지분을 늘렸는데 21%의 상승률을 보였다.
문제는 앞으로의 주가 흐름 역시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폭락장에서 국민연금이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해준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도 “올해 상반기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터라 국민연금의 ‘총알’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경우 국내증시의 부진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