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총수인 이재현 회장이 구속 수감돼 부재 중인데다, 경기침체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주력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최고경영자(CEO)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9일 CJ제일제당은 공동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장으로 이해선 CJ오쇼핑 대표이사(총괄부사장)를 11월1일자로 임명했다.
이해선 신임 공동대표는 1982년 제일제당에 입사한 이후 빙그레·아모레퍼시픽을 거쳐 2008년 다시 CJ그룹에 영입됐다. 2009년부터 6년간 CJ오쇼핑 대표이사직을 역임, CJ오쇼핑의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그룹은 그동안 투자액을 2010년 1조3200억원, 2011년 1조7000억원, 2012년 2조9000억원으로 해마다 늘려왔다. 하지만 이 회장 구속 이후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펼치면서 투자규모가 목표치에 미달했다.
지난해 투자액은 당초 목표치보다 약 20% 적은 2조6000억원에 그쳤으며, CJ제일제당의 경우 생물자원 사업부문을 글로벌 성장동력으로 삼고 베트남·중국 업체와의 M&A를 추진했지만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계획이 무산됐다.
성장세 역시 2013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CJ그룹의 영업이익은 2010년 7223억원에서 2011년 8510억원, 2012년 9446억원으로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개시된 2013년 CJ 영업이익은 전년 보다 12.7% 감소한 8246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핵심 사업 분야인 식품사업부문의 국내외 역량 강화를 통해 CJ제일제당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이 신임 공동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장은 유수의 기업을 거치면서 글로벌 사업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고, 마케팅 전문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 만큼 앞으로 회사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해선 대표가 CJ제일제당으로 옮김에 따라 CJ오쇼핑은 변동식 단독대표 체제로 개편된다.
CJ대한통운도 총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신규투자 및 해외사업 등의 차질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CJ대한통운은 올 1월 충청 지역에 물류 터미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의사 결정이 미뤄지면서 전면 보류됐다. CJ대한통운이 미국·인도의 1조원대 물류업체를 인수하는 방안은 협상이 완전히 중단됐다.
CJ대한통운은 경영공백 최소화 및 조직 안정을 위해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양승석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내정했다. 앞으로 신임 양 부회장은 신현재 대표이사와 각자대표 체제로 CJ대한통운을 이끌게 된다.
양 부회장은 197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1999년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긴 이후 터키 생산법인 이사, 중국판매본부장, 인도법인장 등을 거쳤다. 2005년 현대제철, 다이모스, 글로비스 사장 등을 지냈으며 2009년에는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양 부회장은 과거 34년간의 직장 생활 중 16년 가량을 중국·인도·터키·러시아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근무하는 곳에서마다 뛰어난 성과를 창출해낸 글로벌 전문 경영인"이라며 "CJ대한통운을 글로벌 톱5 물류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