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5.18기념식에서 “우리는 정치‧사회에서의 민주주의를 넘어 가정, 직장,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나누고 협력하는 세계질서를 위해 다시 오월의 전남도청 앞 광장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10시 국가보훈처 주최로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그것이 그날, 도청을 사수하며 죽은 자들의 부름에 산 자들이 진정으로 응답하는 길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5.18기념식은 처음으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옛 전남도청 본관과 별관, 광장 앞 분수대, 희의‧민원실, 상무관, 전일빌딩 등을 포함해 조성된 광장이다. 광장은 항쟁 당시 본부였고, 광장 분수대를 연단 삼아 집회가 열렸으며, 항쟁 의지를 불태웠던 역사적 현장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은 “정부는 처음으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망월동 묘역이 아닌 이곳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거행한다”며 “우리는 광장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대동세상을 보았다. 직접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과 어린 학생들도 주먹밥을 나누고, 부상자들을 돌보며, 피가 부족하면 기꺼이 헌혈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독재권력과 다른 우리의 이웃들을 만났고, 목숨마저 바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보았다”며 “도청 앞 광장에 흩뿌려진 우리의 민주주의는 지난 40년, 전국의 광장으로 퍼져나가 서로의 손을 맞잡게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오늘 우리에게는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더 많은 광장이 필요하다”면서 “오월 정신은 더 널리 공감되어야 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 거듭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역사의 부름에 응답하며 지금도 살아있는 숭고한 희생정신이 되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총칼에 이곳 전남도청에서 쓰러져간 시민들은 남은 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갈 것이라 믿었다. 오늘의 패배가 내일의 승리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며 “산 자들은 죽은 자들의 부름에 응답하며, 민주주의를 실천했다.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민주화 운동이 되었고,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역사가 되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은 “광주시민들은 아픔을 넘어서는 긍지로 5.18의 명예를 소중이 지켜왔다. 광주 밖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광주의 고통에 눈감지 않고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면서 “정부도 5.18의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5월12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남겨진 진실을 낱낱이 밝힐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왜곡과 폄훼는 더 이상 설 길이 없어질 것이다. 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이다.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과 촛불혁명까지 국민이 함께 밝혀내고 함께 기억하는 진실은 우리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만드는 힘이 되고, 국민 화합과 통합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청와대
또한 문 대통령은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라며 “2018년 저는 5.18민주이념의 계승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언젠가 개헌이 이뤄지면 그 뜻을 살려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다. 광주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더 많이 모으고, 더 많이 나누고, 더 깊이 소통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을 경험했다”며 “우리에게 각인된 그 경험은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언제나 가장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 문 대통령은 국가보훈처장, 광주시장, 전남도지사,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장, 5.18 3단체장(부상자회‧유공자유족회‧구속부상자회) 등 주요인사와 동반 입장했다. 기념식에는 5.18유공자 및 유족, 민주‧시민단체 주요 인사 등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